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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격기' 트럼프, 달러 패권 흔들려는 중·러 등에 "100% 관세" 엄포

입력
2024.12.01 18:03
수정
2024.12.02 12: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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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겨냥 "달러에 도전하면 100% 관세"
자국 통화 결제비율 확대 등 시도에 '경고장'
멕시코·캐나다엔 "25% 물릴 것" 1차 으름장
캐나다 총리, 황급히 트럼프 자택 방문 회동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잔=AP 연합뉴스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잔=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동맹·비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위협'의 칼날을 거듭 들이밀고 있다. 우방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를 향해 '100%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달러화 패권을 흔들려 하는 브릭스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협상 전매특허인 관세 카드를 또다시 꺼낸 것이다. 벌써부터 무역 전쟁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각국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달러에 도전? 미국 수출 시장 잃을 것"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 계정에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 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이라는 수출시장과도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 달러화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브릭스를 겨냥, '관세 폭탄'으로 보복하겠다는 엄포였다.

브릭스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꾀하는 중국,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달러화 결제망에서 퇴출된 러시아를 주축으로 '탈(脫)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이 주도하는 서방 경제 질서 및 금융 지배력에 맞서겠다는 취지다. 브릭스 국가 간 자국통화 결제 비율 확대와 자체 결제 시스템 등이 거론된다. 2006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 신흥 경제국 모임으로 시작된 브릭스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합류로 5개국 체제를 이뤘다. 올 1월엔 이집트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등을 회원국으로 받아 덩치를 키웠다.

트럼프 당선자는 달러화 중심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드는 국가에는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내비쳤다. 지난 9월 대선 유세 때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와 경제 고문들은 달러화 이외 통화로 양자 무역을 시도하는 국가들을 처벌할 방법을 논의해 왔다"며 "수출 통제와 환율조작국 지정, 관세 부과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관세 위협' 나흘 만에 몸 낮춘 트뤼도

관세 위협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만병통치약'으로 예고되면서 관련국들도 다급해졌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자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을 전격 방문해 3시간가량 회동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에 대응한다면서 무관세 적용 국가였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지 나흘 만이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자와 회동한 건 트뤼도 총리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자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 엑스(X) 계정 캡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자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 엑스(X) 계정 캡처

동맹국도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경고에 사실상 트뤼도 총리가 바짝 몸을 낮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1기 집권 시절, 두 사람은 무역 및 방위비 조건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경험이 있다. 이날 회동에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및 무역 분야 주력 인사들도 배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회동을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도 관세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엑스(X)에 트럼프 당선자와 나란히 앉은 만찬 사진과 함께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고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AP통신은 "트뤼도는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물릴 것이라는 보장 없이 캐나다로 돌아갔다"며 "(트뤼도의 미국 방문 자체는) 캐나다 경제에서 관세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하루 36억 캐나다달러(약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조아름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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