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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 없는 뱀이 구두를 만든다고?”...“응, 얼마나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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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운영하는 구두가게 앞에 길게 줄 선 동물들. 구두를 잘 만든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오긴 왔는데 어쩐지 좀 미심쩍다. 신발을 신어본 적도 없는 뱀이 어떻게 구두를 만든다는 건지.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뱀이 개구리 눈알을 넣고 끓인 마법약으로 구두를 만든다거나, 가게 지하에 손재주 좋은 고슴도치들을 잡아두고 구두를 만들게 한다는 거였다.
용기 내 들어선 가게. 뱀은 동물마다 몸이 어떻게 불편한지 귀 기울여 들었다. 코끼리는 진흙에서 놀 때마다 구두가 젖어서 발에서 냄새가 났고, 두루미는 얇고 긴 다리를 자꾸 다치는 게 걱정이었다. 뱀은 각자의 고충을 덜어줄 재료를 신중히 골랐다. 코끼리에겐 바람이 잘 통해 진흙이 금방 마르는 야자나무잎 신발을, 두루미에겐 단단하게 다리를 보호해 줄 대나무 신발을 만들어줬다. 새 신발을 진흙탕에서 신어 본 코끼리는 발이 금세 뽀송뽀송해진다고 좋아했고, 대나무 구두를 신은 두루미는 다리 다칠 염려 없이 신나게 춤을 추었다.
발이 없는 뱀은 어떻게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맞춤 구두를 만들 수 있었을까. 사실 뱀은 매일 신발을 신었다. 뱀의 무늬처럼 보였던 빨간색 줄은 신발이 숨어 있는 허리띠였다. 그는 퇴근길마다 갖가지 재료를 수집한 뒤 신발로 만들어 직접 신어 보며 장단점을 파악했다.
구두 디자이너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발이 아니었다. 신체 한계를 비롯해 세상이 그어놓은 수많은 선을 넘어보겠다는 마음과 기발한 아이디어면 충분했다. 자라며 하나둘 선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둘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미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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