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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 반도체 보조금 집행 '전면 재검토' 시사... 삼성·SK 운명은

입력
2024.11.27 15:44
수정
2024.11.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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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보조금 수령 전인데
"바이든의 '막바지 수법' 재검토할 것"
트럼프 측 발언에 협상 불똥 튈라 촉각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48㎞ 떨어진 테일러시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48㎞ 떨어진 테일러시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미국 내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들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급 중인 보조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조금 집행을 총괄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트럼프 당선자 취임(내년 1월) 전에 지급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이미 지급된 보조금의 환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아직은 보조금 협상이 진행 중인 탓에, 최악의 경우엔 아예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환수' 가능성 시사한 라와스와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썼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전에 반도체 보조금을 최대한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담은 최근 러몬도 장관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반도체 보조금은 바이든 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5년간 반도체 기업 지원에 쓰일 예정인 527억 달러 중 보조금은 390억 달러(약 54조 원)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인 300억 달러(약 41조 원)가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라마스와미는 전날에도 "바이든 정부가 내년 1월 20일 전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효율부는 이런 막바지 수법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맺은 보조금 계약을 철회하고 이미 지급된 보조금이라도 환수 조치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 참석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 참석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보조금 뺏길라, 깎일라... 커지는 불안

트럼프 당선자 측의 '보조금 재검토 시사' 발언에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4억 달러(약 8조9,465억 원), 4억5,000만 달러(약 6,29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이 길어져 트럼프 행정부가 테이블에 앉을 경우 앞선 합의는 무효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경우 정부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총 450억 달러(약 62조 원),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80억 원)씩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선 막대한 손실과 사업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내 지급 완료' 의지를 꺾지 않는 만큼, 한국 업체 2곳과의 협상도 곧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재검토 엄포를 놓고는 있으나, 실제 지급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에 마무리된다면 '미국 내 투자 불이행' 같은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가 없는 한 이미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한 기업들로선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집행까지 끝내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액수 협상이 기업에 불리하게 흘러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기보다 얼른 보조금을 받고 끝내기 위해 예상보다 적은 금액에 사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도 잠정 합의 때는 85억 달러를 받기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6억 달러가량이 줄어든 79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확정됐다. 인텔의 경우 경영 악화에 따른 투자 지연이 보조금 삭감의 주요인이기는 하나, 최종 보조금이 처음 합의한 금액보다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달갑지는 않은 소식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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