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려진 수백 건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비방 글을 둘러싼 내부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당무 감사가 필요하네, 마네’ ‘수사 중이니 기다리자’는 등 중구난방 격론이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한 대표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내부 소란을 확대할 일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이달 초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의 전산 오류로 익명 처리돼야 할 게시자 이름이 노출돼 한 대표와 가족 이름의 게시자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 수백 건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 내부 갈등이 표출됐다. 의혹이 제기된 뒤엔 가족 명의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친윤계는 “진상을 밝히라”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당무 감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친한계 일부도 동조하면서 한 대표가 코너로 몰리는 양상이다.
한 대표 명의 게시 글은 동명이인인 것으로 명쾌하게 해결했지만, 정작 가족 이름 게시 글에 대해서는 한 대표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거나 당원 신분 노출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들었다. “위법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가족이 진짜 작성한 게 맞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다만 위법이 있다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 것이란 입장이다. 수사를 얘기하지만 보수단체가 만인이 비판할 수 있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을 고발한 건이라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게 법에 기댈 일이냐는 것이다. 친윤계 주장대로 한 대표가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면 간단히 답이 나올 사안이라는 얘기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불가피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설사 가족이 게시 글로 대통령 부부 비판에 나섰다면, 한 대표로서는 면구하기는 해도 정치적 책임까지 질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가족 문제가 나오자 당 분열까지 감수하는 건 공당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내팽개친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여론조작 의혹까지 나오고, 김건희 여사 비판과 사과를 요구한 한 대표의 내로남불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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