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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대 증원 철회를 넘어 아예 뽑지 말라고 요구한 의협 비대위

입력
2024.11.22 18:00
수정
2024.11.22 18: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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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 비대위원장, 첫 회의 의결사항 브리핑
"모집정지는 교육 정상화 위한 최소한의 조건"
"교육 파행 우려로 세종대 모집정지한 전례도"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의료정책" 원색 비난도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새로 출범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를 향해 '2025년 의대 모집 중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전공의·의대생들이 주장하던 '내년 증원 철회'를 넘어 내년 의대 신입생을 아예 뽑지 말라며 요구 수위를 높인 것이다. 집단 휴학으로 올해 수업을 통째로 거부한 의대생들이 내년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입시를 강행할 경우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의대교수, 개원의까지 의사 전 직역을 규합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22일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열린 비대위 첫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갖고 "비대위는 내년 의대 모집 전면 중지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며 "의대생 3,000명을 교육하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이나 7,500명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7,500명'은 올해 의대 정원(3,058명)과 내년 증원 모집인원(4,610명)을 얼추 합한 인원이고, '6,000명'은 증원 철회를 가정한 올해와 내년 의대 정원 합계치다. 한마디로 증원 철회로도 안 된다는 얘기다.

내년 의대 입학생 규모에 대해 의협이 증원 백지화를 넘어 모집 중지를 공식 요구한 건 처음이다. 비대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온 핵심 명분이 의대 교육 마비인데, 휴학생들이 내년에 복귀해야 할 상황에서 기존 정원만큼만 선발해도 교육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비대위 논리다.

박 위원장은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내년 의대 교육이 파행되는 건 물론이고 기초의학실습과 임상실습이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 교육이 파탄되면 되돌릴 수 없고, 의대생과 의대 교수는 10년 이상을 혼란과 고통 속에 있게 될 것"이라며 "그때 자리에 없을 윤석열 정부는 사태를 해결할 생각 없이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어설프게 합의해 줬다가는 정부에 면죄부만 줄 뿐"이라며 강조했다.

수능이 끝나 곧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모집 중지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박 위원장은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하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이미 입학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도쿄대도 학내 소요로 전교생이 유급되자 69학번을 뽑지 않았다"며 "한국 교육부가 1990년대 세종대 모집 정지를 시킨 이유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이유"라며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 의료정책을 겨냥해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농단"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주변에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무당 경제학자들이 많다"며 "이들은 전공의들이 주당 88시간 일하는 것을 지대추구라며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눈먼 무사처럼 마구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집정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도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회의 의결사항 가운데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의대교수·개원의·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의료농단 저지를 위해 싸울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어제 회의에서 안건 상정 의견을 밝힌 위원이 없어 논의 자체가 안 됐다"며 "정부가 그동안 저지른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형태의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게 비대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불참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의사단체 가운데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향해서도 "의료계가 한데 모인 비대위가 일을 하고 있으니 무거운 짐을 벗고 거기서 나오는 게 어떨까 한다"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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