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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어!"...소원 빌었더니 밤새 자란 나무가 교문을 콱 막았다

입력
2024.11.22 15: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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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성욱현 동화집 '6교시에 너를 기다려'

'교문 사이'에서 '교문이 막혀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후의 소원대로 교문의 작은 나무는 하루 사이에 큰 나무가 된다. 문학동네 제공

'교문 사이'에서 '교문이 막혀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후의 소원대로 교문의 작은 나무는 하루 사이에 큰 나무가 된다. 문학동네 제공

"콱 교문이 막혀 버렸으면 좋겠어!"

새 학년이 된 첫날. 새 친구를 만들지 못한 채 하교하던 초등학생 지후는 교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지팡이 모양의 작은 나무를 향해 크게 소리친다. 다음 날 학교에 거의 다다른 지후는 깜짝 놀란다. 나무는 몸통으로 교문을 꽉 막아 버릴 만큼 큰 나무가 돼 있었다. 학교를 지키고 싶은 지후는 다시 나무에게 말한다. "어제 한 말은 취소할게. 다시 작아지면 안 될까?"

동화집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욱현 작가의 첫 책이다. 아이들의 일상 공간인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여섯 가지 사건을 담았다. 이야기 속 아이들에게 학교는 규칙과 규율의 공간이기보다는 뜻밖의 마주침과 새로운 장난의 공간.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환상을 불러내고 환상은 아이들에게 화답하며 꿈과 열망, 웅크림의 순간을 보듬는다. 6교시 수업으로 운영되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의 이야기다.

'커튼 뒤편에서' 이야기에서는 채린이가 커튼 뒤에 그린 잠자리가 날아오르자 커튼을 잃지 않으려 매달린다. 문학동네 제공

'커튼 뒤편에서' 이야기에서는 채린이가 커튼 뒤에 그린 잠자리가 날아오르자 커튼을 잃지 않으려 매달린다. 문학동네 제공

지후가 주인공인 '교문 사이에서'는 보잘것없는 작은 나무에 투영된 지후의 마음이 큰 나무로 자라나 모두를 막아섬으로써 서로를 돌아보게 한다. '커튼 뒤편에서'는 나풀거리는 커튼을 보며 날개를 떠올리는 채린이의 상상력이 커튼 뒤에 그린 잠자리를 하늘로 날아오르게 한다. 동화집 속 아이들의 환상은 자연스럽게 펼쳐지다 천연덕스럽게 슬그머니 현실의 시공간으로 돌아와 자취를 감춘다. 각각의 사건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찾아 나아가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다루는 입체적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6교시에 너를 기다려·성욱현 글·모루토리 그림·문학동네 발행·112쪽·1만2,500원

6교시에 너를 기다려·성욱현 글·모루토리 그림·문학동네 발행·112쪽·1만2,5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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