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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결혼식 후 생애 두 번째 화장, 즉석 파운데이션에 얼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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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아모레성수. 고객 10명 중 9명이 여성인 매장 내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화장대에 남성인 기자가 엉거주춤 앉았다. 색조 화장의 기본인 파운데이션을 맞춤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요즘 남녀노소 필수라는 선크림은 고사하고 스킨, 로션이 화장품의 전부라고 여긴 게 십수년째다. 그마저도 얼굴에 양보해야 할 촉촉함을 손에 넘기며 살았다. 손등도 아니고 잘 보이지 않는 손바닥 피부만 백옥 같다. 이렇게 화장품과 거리 두던 기자가 화장대 거울을 마주 보고 파운데이션을 바른 건 2015년 10월의 결혼식 날 새벽 이후, 생애 두 번째였다.
2019년 아모레퍼시픽이 카센터를 개조해 만든 아모레성수는 판매를 넘어 고객이 화장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곳이다. 2021년 시작한 수제 파운데이션 제작이 대표적 사례다. 아모레성수는 현재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 브랜드인 헤라의 화장품 제조 비법을 담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파운데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첫 단계로 아모레퍼시픽이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피부 진단기기를 통해 얼굴 피부색을 살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품 파운데이션은 13호부터 27호까지 열두 가지 색상을 담아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밝다. 반면 여기에서 만드는 파운데이션은 맞춤형에 걸맞게 더 다양한 3~35호를 지니고 있다. 쿨, 보통, 따듯함으로 나뉜 피부톤까지 조합하면 100가지 이상의 파운데이션이 제작 가능하다.
한국 여성은 보통 21~23호를 쓴다는 설명을 듣는 와중에 기계가 결론 내린 기자의 피부색은 33호. 한 번 더 재 봤더니 이번엔 가장 어두운 35호를 판정받았다. 모두 화장품 가게에선 구할 수 없는 색이었다. 평소 우윳빛깔 피부는 아니나 초코우유를 섞은 정도는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크초코였다. 진단을 도와준 임유빈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남성은 이 색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지만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얼굴 볼살을 도화지 삼아 33호를 발라주자 다른 쪽보다 살짝 밝았고 반대로 35호를 칠했을 땐 약간 어두웠다. 평소 색보다 환한 파운데이션을 선호한다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화장하지 않은 듯 화장한 느낌을 좋아한다는 설명에 34호로 결정했다.
34호 파운데이션으로 꼼꼼하게 발라준 얼굴은 잡티 없이 깨끗하면서도 원래 색과 비슷해 자연스러웠다. 피부색이 너무 밝았던 결혼식 때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피부에 화장품이 두껍게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지막에 확정한 피부색과 톤을 패드에 입력하자 최은지 조제관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파운데이션 제조 기계가 움직였다. 로봇팔 두 개가 요리조리 움직이더니 약 3분 만에 뚝딱 파운데이션을 제조해 내놓았다.
한 시간 단위로 하루 8개 팀이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2주치 예약을 받을 때마다 금세 꽉 찰 정도로 인기다. 특히 해외 매스컴을 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 손님의 70~80%를 차지한다. 한국 여성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한 사람은 물론 화장 고수도 정확한 피부 톤을 알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남성 고객은 아직 적은 편이나 최근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초기 단계인 맞춤형 화장품을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 애플리케이션(앱)은 고객 사진을 '인공지능(AI) 피부 진단'으로 분석해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2020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에서 '가정용 개인 맞춤형 기기'를 공개하는 등 이 시장에서 선두주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랜 기간 쌓은 정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화장품 사업은 고객의 피부 상태는 물론 생활 방식까지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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