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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남의 나라서 싸워 얻은 게 뭔가”… 트럼프 2기, ‘이익 없는 전쟁’ 안 한다

입력
2024.11.17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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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보좌관 발탁 왈츠, 5월 정책 집필
공화 네오콘·민주 싸잡아 전쟁광 매도
“동맹 최대 활용해 부담 줄이자” 제안

마이크 왈츠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7월 22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왈츠 의원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차기 행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왈츠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7월 22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왈츠 의원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차기 행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는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게 아닌 한, 다른 목적을 위해선 무력 개입과 예산 지출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되,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차기 행정부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마이크 왈츠의 주장이다.

성과 부재 군사력 남용의 역사

16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집권 2기 외교안보팀의 요직 인선이 일단 마무리된 가운데, 핵심은 단연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되는 국가안보보좌관이다. 5월 친(親)트럼프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가 펴낸 정책집의 2장 ‘미국 우선주의와 미 군사력 사용’은 이 자리에 발탁된 왈츠가 집필한 글이다. 미국 안보 이익과 상관없는 곳에 더 이상 미 군사력을 투입해선 안 되며, 중국과의 군사력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조언이 뼈대다.

왈츠는 이 글에서 공화당 ‘네오콘’(조지 W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했던 강경 보수 세력)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교사로 삼자는 얘기다. 왈츠에 따르면 네오콘의 최대 실책은 이라크 전쟁이다. 5,000명 이상의 미군이 희생됐지만 미국이 얻은 이익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평가다. 개전 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WMD) 존재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견제 세력이 사라지며 역내 반미(反美) 세력 주축인 이란에만 좋은 일이 됐다고 그는 짚었다.

그런데도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라크전이 실수였다고 인정한 주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유일했다는 게 왈츠 얘기다. 이라크전을 밀어붙인 인물이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 딕 체니였는데, 트럼프는 이후 체니는 물론 그의 딸인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와이오밍)과도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이라크전 비판은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도 한 적이 있다. 개버드는 9월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극우 논객 터커 칼슨의 유튜브 채널에 나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중동 난맥상의 설계자인 딕 체니와 전쟁광들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부녀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시점이었다.

털시 개버드(왼쪽) 전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달 22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유세 무대에 올라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개버드 전 의원은 13일 트럼프 당선자에 의해 차기 행정부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됐다. 그린즈버러=AFP 연합뉴스

털시 개버드(왼쪽) 전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달 22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유세 무대에 올라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개버드 전 의원은 13일 트럼프 당선자에 의해 차기 행정부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됐다. 그린즈버러=AFP 연합뉴스

군사력 남용은 민주당 행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게 왈츠의 지적이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 국가 안보 이익과 분리된 인도주의적 개입에 미국 군사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며 “최소한의 군사력으로 정치적 성과를 뽑아내는 데 전문가인 적들과 달리, 베트남전부터 줄곧 우리는 군사력을 최대한 사용해 불분명한 정치적 성과를 얻는 데 그치기 십상이었다”고 꼬집었다.

“방위비 분담, 동맹과 터프한 대화”

이 글에서 왈츠는 재래식 군비 강화를 통한 억제력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특히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꼽은 전력은 해군력이다. 미국의 조선업 협력 동맹으로 한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중국을 상대로 억제력을 키우며 유럽과 중동의 전쟁을 끝내기에는 국가 부채 이자가 국방 예산까지 잠식 중인 미국 입장에서 여력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래서 불가피하다고 보는 게 유럽·아시아 동맹국을 최대한 활용해 자국의 전략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다. “집단 방위를 위한 부담 공유에 대해 동맹과도 힘든(tough)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왈츠의 얘기는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분담액)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미국이 증강하려는 전력은 재래식 무기만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북한·중국·러시아 3개국의 핵 위협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향으로 핵무기 운용 지침을 개정하고 14일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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