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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흔드는 머스크, 재무장관 인선 '막후 암투' 공개 표출

입력
2024.11.17 19: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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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서 '트럼프 내정 소문' 후보 비판
기존 참모들 "공동대통령 행세" 불쾌
에너지장관에 '석유CEO' 지명 논란도
"크리스 라이트, 기후변화 부정론자"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재무장관 인선 문제가 정권인수팀 내부 갈등의 전장으로 떠올랐다. 올해 7월부터 '트럼프 지지'를 밝힌 뒤 4개월간 물심양면 지원해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재무장관 후보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다른 인물을 재무장관에 지명하라고 트럼프를 압박하는 행보로 해석됐고, 기존 참모들은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온건한 베센트 vs 강경한 러트닉 '2파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가 지난 8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공화당 2024 대선 유세장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애슈빌=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가 지난 8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공화당 2024 대선 유세장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애슈빌=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초대 재무장관 인선은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와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 간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세제 개편이나 고율 관세 부과 등 트럼프의 의제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베센트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인 반면, 러트닉은 강경하고 과시적인 성격이다.

머스크가 공개 지지한 후보는 러트닉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에서 러트닉에 대해 "실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베센트의 재무장관 지명은 '평소 해 오던 대로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뻔한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베센트를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러트닉을 지명하라'는 노골적 메시지였다. 머스크와 러트닉은 11·5 대선 투표일부터 트럼프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함께 지내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재무장관 하마평에 오른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2024 대선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재무장관 하마평에 오른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2024 대선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기존 참모진은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 당초 베센트 지명 쪽으로 트럼프의 마음이 기울었다는 소문이 15일 저녁부터 인수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었다. 베센트는 트럼프가 평소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는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극찬한 인사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러트닉 지지'는 사실상 트럼프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예전부터 함께한) 트럼프 측 인사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최종 결정하기도 전에 머스크가 자기 의사를 공개 표출한 것에 깜짝 놀랐다"며 "인수팀 내부에서는 이미 머스크의 끊임없는 존재감 과시를 거슬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주 내내 지저분한 싸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UFC) 대회를 참관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UFC) 대회를 참관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향후 트럼프와 머스크 간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새 재무장관 인선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막후 암투'를 드러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머스크는 최근 일주일 동안 공격적으로 '러트닉 지지' 로비를 펼쳤고, 트럼프가 이에 짜증을 냈다고 WSJ는 전했다. 재무장관 인선 로비전을 신문은 "지저분한 싸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일단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종합격투기(UFC) 경기를 머스크와 함께 관람했다. '우리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가 러트닉이나 베센트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재무장관에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화석연료 분야 TV전도사"

이날 트럼프의 '에너지장관 지명'은 격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트에너지 설립자 겸 CEO를 에너지 정책의 수장으로 지명한 데다, '화석연료 증산' 계획까지 부각한 탓이다.

미 석유기업 리버트에너지를 이끄는 라이트는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TV 인터뷰에서는 기후변화 우려가 과장됐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 위험성을 폄하하고 정부 경험이 부족한 화석연료 분야의 TV 전도사"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된 캐롤라인 레빗이 지난 5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된 캐롤라인 레빗이 지난 5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백악관 인사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트럼프는 15일 집권 2기 초대 백악관 대변인에 27세인 캐럴라인 레빗을 발탁한다고 밝혔다. 레빗은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대변인보로 재직했던 인물로, 이로써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탄생하게 됐다. 백악관 공보국장에는 대선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중국계 미국인 스티븐 청을 기용하기로 했다. 인사국 국장에는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출판사 '위닝팀퍼블리싱' 공동 설립자인 세르지오 고르가 내정됐다.

김현종 기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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