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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대권·리더십·재판 모든 게 뒤흔들렸다

입력
2024.11.1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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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확정시 2027년 대선 출마 불가능
대선 후보 선호도 악화 땐 원심력 작용
434억 원 반납에 당내 동요 커질 수도
여야 결집에 정국은 극단 대결 양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향후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2027년 대선 출마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첫 관문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리더십 균열 등 대권가도에도 당장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민주당도 434억 원의 선거 비용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당초 벌금형을 뛰어넘는 형량을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무죄가 대세였고, 유죄가 나오더라도 벌금 100만 원 미만이 대부분,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점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날 선고 결과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 대표 또한 예상 밖 결과였다는 듯 선고 직후 통상적인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가 아닌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으로 (바로) 항소할 것"이라는 말로 계속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지지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지지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 대표는 순탄할 것 같았던 대권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대표직 연임 이후 '준비된 대선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사법리스크 돌파를 시도해왔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당 안팎으로 보냈으며, 실제 당내 차기 대선 후보 입지를 구축해가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선고로 이 대표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됐다. 1심에서 끝낼 거라 기대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2심 또는 3심까지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 대표가 '정치탄압'이라 비판한 검찰 주장을 법원이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탄압의 희생양' 이미지도 퇴색됐다.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의원은 "2심에서 벌금 100만 원 미만 형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극체제' 리더십도 흔들리게 됐다. 여전히 탄탄한 강성 지지층의 뒷배에 당내 의원들이 당장은 눈치를 보겠지만 향후 대선 후보 선호도·민주당 지지도 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인다면, 원심력 또한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도 깃발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중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434억 원의 선거 비용 반납 문제는 당내 동요를 더욱 흔들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 국면 때와 달리,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당의 재정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스텝이 제대로 꼬이게 됐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이날이 아닌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분수령으로 봤다. 15일 무죄를 받고, 여론의 기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25일 무죄 가능성을 높이길 기대했다. 하지만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던 첫 번째 선고에서 도리어 치명상을 입게 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민주당으로선 당연히 내부 결집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건희 특별검사법 수용 촉구 등 대여 공세 이슈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장외집회 등으로 이 대표 선고에 부당성을 알릴 예정이다. 대내 위기를 대외 공세로 돌파해나가겠다는 얘기다. 16일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세 번째 주말 장외집회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도 참석을 예고했다.

그러나 여론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더 변화하고 쇄신하겠다"는 국민의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위상과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이 대표에게 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벌써부터 "상급심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민주당은 법원 불복 선동을 하면서 더 세게 나올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도 결집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결집하면 할수록 국민의힘 또한 단단하게 뭉치며, 여야의 갈등이 더욱 극단적 대결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현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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