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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충전해야겠다"는 예민한 아이도 있다...어린이는 납작한 존재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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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고성능 카메라야/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아
내 귀는 고성능 음성 증폭기야/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
내 신경은 고성능 안테나라서/ 사람들 기분을 살피느라 늘 곤두서 있어
임희진 시인의 동시집 ‘삼각뿔 속의 잠’에 실린 동시 ‘예민한 아이’ 중 일부다. 대개 동시에는 당차고 씩씩한 아이들이 등장하고, 간혹 소심하고 부끄러움 많은 아이들이 나온다. 사람들의 기분 살피느라 늘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금세 방전되고, 먼저 집에 가서 충전하겠다는 어린이는 동시의 세계에선 드물다. 어른도, 아이도 예민함은 감추고 둥글둥글 무던하게 사는 게 미덕인 사회라서다. ‘예민한 아이’는 자신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건 나의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니 당연히 고칠 필요도 없다.
수록작 ‘숭어’에는 조용히 앉아서 책만 읽는 시들한 풀같은 어린이가 나온다. 그 아이가 연극을 한다기에 돌이나 나무 역할을 맡겠거니 했는데, 아이는 무대에서 숭어처럼 팔딱거린다. 생일 파티 초대 문자에 이모티콘도 없이 온 'ㅇ' 답장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어린이('무표정한 ㅇ'), 하루종일 크고 작은 도움을 요청하는 가족들에게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은 나"라고 말하는 어린이('대여 불가'), 바람이 불지 않아서 내가 달렸다는 어린이('바람이 불지 않아서')도 임 시인의 동시집엔 나온다. 어른들은 '순수하다' '귀엽다' '미성숙하다' 같은 납작한 틀에 아이들을 욱여넣지만, 임 시인은 "입체적이지 않은 아이는 없다"고 말한다.
동시집은 지난 1월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임 시인은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숭어’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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