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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가 위험하다"… 어선 전복사고 32%가 성어기 9~11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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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은 배 넘쳐도 고기 잡히면 끝까지 잡으려 하죠. 위험해도 그게 돈이 되니까. 잡힐 때 확 잡자는 거죠."
남해안 어민 황모(44)씨
8일 제주 해상에서 침몰해 인명 사고를 낸 어선 '금성호'의 사례에서처럼, 주요 해양 사고가 특히 가을·겨울철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획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어선 사고 역시 따라서 증가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 현장 전문가들은 과적 방지 등 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1일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1만4,802건으로, 이 중 어선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305명, 실종자 123명에 달한다. 어선 사망자 수는 매년 큰 변동 없이 60명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상자도 1,593명에 이르러 이 기간 어선 관련 인명 피해만 총 2,021명이다.
발생 시점을 보면 사고는 가을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9~11월 발생한 해양 사고는 4,690건으로 전체의 31.7%를 차지했다. 특히 어선 전복사고의 경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329건 중 105건(31.9%)이 9~11월에 쏠렸다.
사고 원인을 보면 인적 과실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다. 원인별 인명피해를 따졌을 때 2019년부터 5년간 안전사고 330명, 전복 100명, 충돌 46명, 화재폭발 33명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어선 중에선 기관손상 2,794건, 부유물감김 1,435건, 충돌 893건, 안전사고 690건 순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가을철에는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아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성어기라 조업 활동이 늘고, 해양 기상도 이 시기 더 나쁘기 때문이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해양학부 교수는 "가을은 여름보다 파도가 높고 어획량이 많으니 과적이 많아진다"며 "물고기들이 그물에 걸리면 무게중심이 높아져 배가 전복될 가능성도 커진다"라고 진단했다.
이번 금성호 사고에서도 많은 어획량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중이다. 선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3~5회에 걸쳐 잡을 (물고기) 양을 한꺼번에 잡았고,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남해안에서 낚시어선과 일반어선을 몰고 있는 선주 황모(44)씨도 "올해 10, 11월은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너무 많았다"며 "잡히는 날이 잘 없으면 닥치는 대로 잡는 선장들도 있고, 며칠 직원 인건비도 못 내면 고기가 확 들어찰 때 놓고 오기란 쉽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규정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어선마다 망이나 통발, 닻 무게 등에 대한 뚜렷한 규정도 없어서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선박 톤수를 줄이기 위해 갑판에 구멍을 뚫는 경우도 있는데 복원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선주 황씨 역시 "낚싯배의 경우 승선인원이나 구명조끼 개수 등을 엄격하게 자주 검사하는데, 어선은 비교적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선원 교육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2022년 말 기준 한국인 선원은 3만1,867명으로 전년보다 감소한 반면, 외국인 선원은 2만8,281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갑 교수는 "어업 종사자들은 구명조끼가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입지 않는다"며 "돈을 좀 들여 구명조끼를 간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개조해야 하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길영 교수 역시 "선원 교육보다는 선주, 선장, 안전책임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안전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수습에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걸 주지시켜 관리 시스템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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