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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소설과 우다영과 함께 한계를 돌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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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7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에서 우다영은 전작의 기류를 이어가면서도 지적이고 밀도 높은 사유를 통해 마치 현실의 ‘트윈’처럼 보이는 환상적 세계를 탐색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한 권의 책을 풍족하게 채우는 데 모자람이 없는 다섯 편의 소설로 낯선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와 함께 어떤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에는 한 몸으로 태어나 각자 알파와 오메가로 살아 오다 성년식을 치르고 문자 그대로 합일되는 트윈이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알파인 ‘나’는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오메가를 만나고 생경함과 혐오를 느끼지만, 두 사람은 이윽고 죄책감과 관련된 은밀한(그러나 성년식 이후 하나로 합쳐지게 될) 기억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에서 ‘내 안의 낯선 나들’이 마침내 조화롭게 하나가 되는 순간은 경이롭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에는 영혼을 각성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세계관에서 각성자들은 ‘무수한 생의 무수한 나들을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되는데, 영혼이란 ‘명제 혹은 일종의 법칙’이라고 파악하는 ‘언니’와 ‘영혼의 본질은 정보’로 여기는 일인칭 화자가 깨닫게 되는 생과 세계의 의미가 작가 특유의 담백하고 안정적인 문장들로 전달된다.
‘긴 예지’ 역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단순한 사고 실험이나 기발한 상상력 전달에만 그치지 않는 건 ‘효주’라는 인물 덕분일 것이다. 정체 모를 무기력에 시달리던 ‘효주’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다 ‘볼볼볼’이라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접하는데, 이 게임이 배포된 목적은 예지를 통해 미래를 알고자 하는 거대한 시도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마침내 ‘효주’가 ‘자신이 모든 삶을 떠돌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될 때 독자 역시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새로이 하게 된다.
‘기도는 기적의 일부’에는 메시아 ‘유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메시아라는 커다란 단어를 작가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재앙이 위기의식을 불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된, 소설 속 문장을 빌리자면 ‘환경이 확실하게 주목받는 순간은 인간에게 피해를 줬을 때’가 된 지금, 세계의 치유와 회복을 바라는 마음들에 다정하고 깨끗한 울림을 전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집에서 우다영이 구축한 세계는 저마다 고유하고 개별적인 환상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물들이 대개 낯선 이들과의 마주침과 교류를 수용하면서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어떤 깨달음을 향해 이행하는 과정은 공통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에서 우다영의 인물들은 늘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다음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더없이 차분하고 우아한 태도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모순적이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인과율을 헤아린다. 우리는 이들을 바라보며 늘 다음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다양하고 모순적이며 대개 낯설고 불가해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노력한다면 언제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낙관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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