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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있다고 믹스견이라고… 가족 찾기 위한 5년의 기다림

입력
2024.11.10 16:40
수정
2024.11.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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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458> 6세 완두(수컷)와 보리(암컷)


5년 전 강릉시보호소에서 구조된 보리(6세, 암컷)는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5년 전 강릉시보호소에서 구조된 보리(6세, 암컷)는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지난해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동물의 발생 건수는 11만여 건에 달합니다. 이는 하루에 300마리가 유실되거나 유기된다는 건데요. 이 가운데 개가 70%, 고양이가 27%로 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2023년 유실·유기동물 분석을 보면 믹스견(비품종견)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비중은 품종견보다 약 4배가 많습니다. 특히 품종견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수는 줄고 있지만 믹스견은 오히려 더 늘고 있지요.

그렇다면 보호소에서 가족의 품에 돌아가거나, 새로운 가족을 맞는 비율은 어떨까요. 이 역시 믹스견에게는 가혹합니다. 품종견은 10마리 중 3마리는 입양, 4마리는 원래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 믹스견은 10마리 중 6마리가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했지요. 또 믹스견 가운데서도 덩치가 있는 중대형견의 경우는 더더욱 보호소를 나올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산책 봉사를 나온 시민의 손길을 즐기는 완두(6세, 수컷). 완두는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산책 봉사를 나온 시민의 손길을 즐기는 완두(6세, 수컷). 완두는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동물을 구조해 새 가족을 찾아주는 동물보호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5년 전 강릉시보호소에서 개들을 서울의 입양센터로 데려왔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들을 알리면서 입양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서였지요.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당초 소형견 5마리를 데리러 강릉시보호소에 갔습니다. 하지만 개들을 구조해 데리고 가려던 찰나 보호소 앞에 묶여 있던 덩치 있는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덩치만 있었지 아직 한 살 강아지였고,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유순한 성격이었습니다.

덩치 있다고, 믹스견이라고 입양 순위에서 밀리는 완두(왼쪽)와 보리. 유순한 성격에 사람을 좋아한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덩치 있다고, 믹스견이라고 입양 순위에서 밀리는 완두(왼쪽)와 보리. 유순한 성격에 사람을 좋아한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황 대표는 줄에 묶인 채 데려가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덩치 있고 믹스였던 개는 안락사 당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구조할 여력이 없었던 그는 보호소에 2개월 정도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호소 역시 한 마리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2개월을 돌보기로 약속을 했지요.

두 달이 지나고 황 대표는 개를 데리러 강릉시보호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완두'(5세·수컷)라는 이름도 이미 지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완두를 데리고 오려는 찰나 자신을 또 데려 가라는 듯 애타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간식을 애절하게 기다리는 보리(왼쪽)와 완두의 모습.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간식을 애절하게 기다리는 보리(왼쪽)와 완두의 모습.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황 대표가 뒷마당으로 가보니 검은색 털의 개가 반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계획에는 없었지만 보리와 함께 검둥개까지 구조했습니다. 그리고 '보리'(5세·암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완두와 보리는 그렇게 안락사 명단에 있다가 극적으로 보호소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강아지였던 완두와 보리는 이제 여섯 살이 됐습니다. 둘 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지만 평생을 보호소에만 있어 활동가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황 대표는 "최선을 다해서 완두와 보리를 돌봐 준다고는 하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다"며 "개들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입양센터보다는 이들과 평생 함께할 가족의 품이다"라고 말합니다. 완두와 보리의 가족이 되어주실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맞춤영양'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의 나이, 덩치, 생활습관에 딱 맞는 '일반식 영양 맞춤사료' 1년 치(12포)를 지원합니다.

▶ 입양문의: 팅커벨프로젝트

위 사이트가 클릭이 안 되면 아래 URL을 주소창에 넣으시면 됩니다.

https://www.instagram.com/tinkerbellproject_/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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