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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만·소외 분노가 임신중지 금지 공포 이겼다… 트럼프 승리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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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선거전 내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요하게 파고든 의제는 경제와 불법 이민이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들을 다시 결집하고, 4년간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한 유색인종 유권자를 포섭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부추긴 민주주의와 임신중지(낙태)권 박탈의 공포는 이들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규모의 고학력자와 여성을 움직이지 못한 셈이 됐다.
5일(현지시간) NBC·ABC·CBS·CNN 등 4개 미국 방송 의뢰로 미 선거분석업체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미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4분의 3이 “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불만족’이 43%였고, ‘화난다’고 대답한 사람도 29%나 됐다.
특히 경제 관련 불만이 컸다. 4년 전보다 본인의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당시 42%보다 더 부정적인 수치였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끌어올린 물가는 바이든 행정부 4년간의 다른 성과를 잠식했다. 41%에 그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2020년 재선 실패 때 트럼프에게 매겨졌던 점수(50%)보다 훨씬 낮다.
결과론이지만 해리스는 이 약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에게 표를 준 유권자는 민주주의(56%)와 임신중지(21%)를 경제(13%), 외교정책(3%), 이민(2%)보다 훨씬 중요한 의제로 여겼다.
문제는 부동층이었다. 선거 직전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펜실베이니아주(州) 여성 유권자가 임신중지(29%)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이슈가 경제(22%)였다. 이들을 투표소로 유인할 정도로 해리스의 의제가 매력적이지 않았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트럼프가 농촌에서 2020년보다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반면 해리스는 대도시 교외 지역에서 그 격차를 만회할 만한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바이든이 4년 전 대선 당시 25%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이겼던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북부 라우든카운티에서 해리스는 격차를 17%포인트밖에 벌리지 못했다.
잘살고 교육 수준이 높은 교외 지역은 민주당의 새로운 텃밭이었다. NYT는 “라우든카운티의 초기 개표 결과는 민주당을 향한 섬뜩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 마감이 빨랐던 인디애나·켄터키와 남부 경합주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의 초기 개표 때 드러난 트럼프의 기선 제압이 아직 투표가 끝나지 않은 펜실베이니아 농촌의 유권자에게 투표 동기를 부여했을 수 있다고 복스는 분석했다. 성난 저학력 백인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트럼프 지지로 뭉친 것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것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유색인종, 특히 라틴계의 이탈이었고, 그들을 향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구애였다. 복스에 따르면 그 효과는 플로리다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푸에르토리코계 커뮤니티가 크게 형성돼 있는 오세올라카운티는 4년 전 바이든이 14%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편으로 전향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사로 나선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불러 민주당에게 선거전 막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가 밀집한 3개 선거구가 5일 정오 이미 2020년 투표율 수준에 도달했다는 자체 분석이 나와 해리스 캠프가 고무되기도 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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