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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고 그린벨트 해제 초강수... "신속한 공급은 어려워"

입력
2024.11.06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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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 공급 속도전 예고
지구 지정 전부터 토지 보상 준비
전문가들 "3기 신도시도 지연돼"
보금자리주택 지연 선례도 지적

정부가 서울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 2만 호를 공급한다고 밝힌 5일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그린벨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서울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택 2만 호를 공급한다고 밝힌 5일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그린벨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전을 예고했다. 서울·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후 토지 보상을 앞당겨 2031년부터 차례로 입주하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공급이 기대만큼 빠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보금자리주택부터 3기 신도시까지 보상가 문제로 홍역을 치른 선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5일 공개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서울 서초구 서리풀, 경기 고양시 대곡역세권, 의왕시 오전·왕곡, 의정부시 용현지구다. 정부는 이들 지역은 다른 공공주택지구보다 보상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보상해야 할 지장물(공공사업 시행의 방해물)이 적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전에 토지 보상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현장·문헌·공부 조사에 착수하는 시기를 통상보다 앞당긴다는 것이다.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목표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인천 계양지구가 후보지 발표 후 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분양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행정 절차를 최대한 효율화하겠다”며 “지구 지정과 지구 계획 수립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규 택지 지구별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신규 택지 지구별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추후 일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추후 일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린벨트 택지는 주변 도심과 생활권을 연계해 조성한다. 먼저 서리풀지구는 강남 마지막 대규모 택지로 주목받던 지역으로 용적률을 250% 이상 적용해 고밀 개발한다.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펼쳐진 부지(221만㎡)에 2만 호를 건설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양재역과 가깝고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IC) 선암IC,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 내곡IC,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도로망도 촘촘하다. 정부는 신분당선 역 신설도 검토한다.

대곡역세권지구는 이전부터 첨단지식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던 곳으로 9,400호 건설이 예정됐다. GTX-A와 서울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 요충지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곡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업무·상업·문화·생활시설을 연계한 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밖에 오전·왕곡지구는 경수대로와 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곳으로 1만4,000호가 들어선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도 가까워 의료·바이오산업을 유치할 잠재력이 있다. 정부는 이곳에 자족 가능한 직주 근접 생활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용현지구는 입지는 우수하지만 군부대 탓에 주변 도심과 단절돼 장기간 개발하지 못한 곳으로 앞으로 7,000호를 짓고 주변 법조타운 등과 연계한 생활권을 조성한다.

전문가들은 ‘첫 분양’ ‘첫 입주’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전체 사업기간은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린벨트로 묶여 장기간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한 토지 주인들이 정부가 제시한 보상액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발표한 2009년에는 일부 후보지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강제수용 절차(수용재결)도 이어졌다. 국토부도 대략적인 밑그림만 그렸을 뿐, 어느 지역에서 첫 분양 단지가 나올지는 확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장물 보상 지연 이외에도 문화재 출토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역시 “의지만으로 신속한 공급이 가능했으면 3기 신도시 지연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밝힌 신규 공급량 5만 호가 국지적으로는 많은 물량이지만 신축 공급난 해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권 교수는 “수년간 주택 인허가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급량이 21만 호에 달했다”며 “3기 신도시부터 고밀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이 정도 공급량으로 서울 전역에 집값 안정 효과를 파급시키기는 어렵다”며 “곧 입주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 규모가 1만 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급량은 아파트 몇 개 더 짓는 정도”라고 부연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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