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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균형 있는 한강 노벨상 보도… 제목·사설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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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를 갖고 올해 노벨문학상 관련 보도와 문화 기사를 평가했다. 뉴스이용자위원들은 전반적으로 균형과 깊이를 높이 평가했다. 회의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8명과 사내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김회경 논설위원이 함께했다.
한국일보의 노벨문학상 관련 기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에 초점을 맞춰 수상 의미를 설명하고 심층성과 균형감각을 갖춘 후속 보도가 이어진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수상자 선정을 알린 첫 보도에 대해 유혜정 위원은 "성별, 연령, 지역 등 수식어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많았는데, 한국일보는 한강 작가가 걸어온 길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노벨상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를 잘 설명해 독자들이 전쟁, 차별 등 사회적 폭력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강민구 위원은 "한국일보 보도는 '[뉴스룸에서] 노벨상은 화석이 되길 거부했다'(10월 14일 자)처럼 편견을 타파하고 포용적인 가치를 추구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특징적"이라고 평했다. 권혜진 위원은 10월 12일 자 사설과 기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점을 칭찬했고, 정지훈 위원은 '[한강의 문장들]"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10월 10일 자)처럼 "한강 작가를 처음 알게 됐거나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다룬 기사가 많았다"고 평했다.
수상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파급 효과를 다룬 후속 보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들의 잇단 기고에 대해 하상응 위원은 "평론을 모아서 보니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구나' 싶어 좋았다"고 말했다. 황종연 문학평론가의 '서양 중심의 세계문학, 한강은 그 主流를 거스른다'(10월 28일 자)는 "한강 작품의 문학적 의미와 한국문학에서의 위치,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의 위치와 성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김 위원장) "작품을 새롭게 읽을 시각을 제시했다"(유 위원)는 평가를 받았다.
출판시장에 미친 영향을 다룬 기사 '한강 노벨상에 김애란 소설 판매도 늘었다는데…"한국문학 낙수효과는 아직"이란 이유'(10월 20일 자)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출판시장의 안정적 판매 증가로 이어지려면 중장년층을 잡고 한국문학의 문학성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꼼꼼히 짚은 발전적인 기사"(김 위원장)로 꼽혔다. 다만 정명화 위원은 "기사에서 예스24 문학 분야 판매량이 49% 증가했다는데 한국문학인지, 세계문학을 합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며 "낙수 효과를 통계로 제시한 기사인 만큼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강 위원은 "책 판매량을 다룬 기사가 많은데 독자의 신뢰와 이해도를 높이려면 인포그래픽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질곡의 역사를 품고 세계 어디서도 ‘한강’은 흐른다'(10월 16일 자)는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여성 작가들의 문학작품이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맥락을 설명해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세계문학에 의미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정 위원)는 평을 받았고, 영상 콘텐츠 "한강이 역사 왜곡" 주장이야말로 역사 왜곡인 이유(10월 17일)도 역사 왜곡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를 제시한 좋은 영상으로 평가받았다.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1면 기사의 제목과 사설에 대해선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명화 위원은 '‘한강의 기적’ 한국 첫 노벨문학상'(10월 11일 자)이라는 제목에 대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은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가 재건을 뜻하는데, 한강 작가는 이데올로기 대립과 급격한 산업화 속 국가 폭력의 문제를 다뤄서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맞지 않는 제목"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한강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수상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제목이고, '기적'이라는 단어가 그간 노벨상 선정에 존재했던 백인·남성·서구 중심의 구조적 차별과 그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라는 시대 흐름을 '사소화'하고 한 개인의 이례적인 기적으로 보이게 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수상자 발표 날 사설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 한국문학 세계화 이어지길'(10월 11일 자)이 평상시와 다름없는 크기여서 노벨상 수상 의미가 강조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과거엔 사설이 우리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 같은 경우 당연히 사설이 아주 크게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수상 소식이 나온 뒤 기사와 사설을 준비할 시간이 몇 시간밖에 없어서 그랬을 테지만 대부분 신문이 일반적 크기의 사설을 쓴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논설위원은 "수상을 전혀 예상 못했고 초판이 마감된 이후여서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 다음 날부터 적극 발제했다"고 말했다.
또한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됐어요 문학의 쓸모를, 작가의 가치를”'(10월 15일 자)에 대해 "젊은 작가들의 기고글인데 이들이 왜 기고자로 선정됐는지, 한강 작가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대한 소개가 없어 독자들이 읽어야 할 동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정 위원)는 등 일부 기고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 '스웨덴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력한 시적 산문”' 기사에 대해서 하 위원은 "작가의 주요작품 소개가 대부분 책 제목만 나열하는 데 그쳤는데, 뉴욕타임스의 경우 모든 작품에 한 줄씩 설명이 있다"고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노벨상 수상 뉴스 외에 문화 기사에 대해서도 위원들은 의제설정, 깊이, 다양성, 일관성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적 현상을 의미 있게 해석하는 보도가 많고 기자들이 어느 정도 자기 분야 흐름을 꿰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모든 기사에서 다양성의 가치 추구 등 일관성 있는 방향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장민제 위원은 "기사의 소재가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다. 문화 관련 기고도 흥미롭고 품위 있다"고 총평했다.
대표적 사례로 '종교 혐오 차별 논란에 쪼개진 개신교… “신의 뜻은 어디에 있나” 묻다'(10월 25일 자)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국의 뿌리 깊은 차별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의제설정이고 용기 있는 보도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보수 교단과 대형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연합예배를 계기로 개신교 내의 여성 및 소수자 차별 문제를 다루면서, 연합예배를 주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문제적 사회현상을 분석한 문화비평 기사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약자를 희화화한 방송 콘텐츠를 비판한 '웃음이 우스운가'(10월 31일 자)에 대해 유 위원은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콘텐츠, 표현의 자유만 주장하는 방송사 행태 등 문제점을 두루 지적하면서 시스템 보완과 교육 필요성 등 대안도 제시했다"고 평했다. '불륜, 이혼, 가정폭력…연예인 가정사, 너무 깊게 들어왔다'(10월 23일 자)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개인사를 여과 없이 방송하면서 제작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잘 짚어낸 기사"라며 "시야를 넓혀 방송사 경영진과 방송시장 왜곡을 초래한 잘못된 정부 정책까지 언급하면 더 좋았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주인공이 된 여자들… 70년 만에 추는 ‘한풀이’(10월 30일 자)는 "드라마 소재인 여성국극에 대한 역사와 전통예술보호정책의 한계까지 다뤄줘 드라마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유 위원)는 평을 받았고, '“아~파트 아파트” 신드롬, 한국어 특유의 말맛 덕분이다'(10월 28일 자)는 "단순한 유행현상이나 순위, 조회수 평가를 넘어 곡의 구성적 특성, 언어학적 분석, 문화적 요인 등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유 위원)는 의견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화면 기사 대부분에 실명 취재원을 인용하고, 해외 인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한 것을 칭찬했다. 그는 해외 언론을 인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직접 인터뷰를 적극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아쉬운 기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위원은 '사람 잡는 형사는 끝나도 사람 만나는 박 반장은 네버엔딩'(10월 18일 자)에 대해 "'그 사람의 서재'라는 기획에 그 사람의 삶과 사상을 형성한 책의 목록을 기대하는데 이 기사에선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박미옥이라는 인물과 그가 쓴 책이 주된 내용이어서 아쉽다"고 했다. 장 위원은 "문화 기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회의에서는 제목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유 위원은 '웃음이 우스운가'가 지난달 읽은 기사 제목 중 가장 와닿았다며 "풍자적이면서 본질을 꿰뚫는 제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면에 실린 제목 '“아~파트 아파트” 신드롬, 한국어 특유의 말맛 덕분이다'가 "기사 제목을 노래를 부르면서 읽게 했다"며 온라인 제목 '로제 '아파트'의 중독성은 'ㅍ'과 'ㅌ'의 한국말맛 때문...일본 언어학자 분석'보다 좋았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2주기를 맞아 유가족 기록집(‘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의 출간소식을 전한 기사 제목 '“그날, 그 골목의 참사가 오늘, 이 골목으로 번지지 않기를”'(10월 23일 자)도 책의 발간 의미를 잘 뽑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에 대한 관심이 커져 그가 운영하는 뉴스레터까지 찾아보게 됐다"면서 "그러나 '응원하기'를 눌러도 링크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기자 브랜드화 관점에서 이런 관심이 중요한 만큼 뉴스레터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난달 좋은 기사로 '“바꿔 입자” 청바지 구매 취소, 탄소 배출량 33kg 줄였다'(10월 9일 자)가 주목받았다. 유 위원은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의류폐기 문제를 제기하는 발상이 흥미롭고 다양한 예시와 구체적인 수치들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고 했다. '[최주연의 스포 주의] 엄마의 손맛=노동의 쓴맛'(10월 26일 자)에 대해 장 위원은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짚은 기사로 전면을 활용해 업무환경을 생생히 전달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함께 배치해 이해가 더욱 쉽다"고 했다.
권 위원은 기획 '방치된 믿음: 무속 대해부(10월 14-22일 자)'에 대해 "10년간 무속 관련 범죄로 기소된 320건의 판결문을 모두 확보해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다"라면서도 "다만 요즘 무속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무속인을 홍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유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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