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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출발, 평양 왕복"...北 무인기 경로 공개에 軍 "대꾸할 가치 없다"

입력
2024.10.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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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들개무리" 막말하며 '삐라 전쟁' 암시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북한이 '대한민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행경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군의 침묵 대응에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 소행이라는 근거를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덧붙여 "서울 상공무인기 전단 살포를 가정해본다"며 '삐라(전단) 전쟁' 가능성까지 내세웠다. 우리 군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노동신문은 28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의 '대한민국발 무인기에 의한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의 최종조사 결과 발표'란 제목 글을 통해 "해당 무인기는 백령도를 이륙해 우리 공화국의 영공에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무인기의 이동경로와 시간대별로 기록된 비행 이력을 정리한 표도 함께 공개했다. 표에는 8일 오후 11시 35분쯤 백령도를 출발, 9일 오전 1시 37분 무렵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에 떨어질 때까지 무인기의 고도와 위도, 경도가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9일 오전 1시 32분과 35분 전단을 살포한 이력도 있었다.

북한은 이를 "확정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증거 자료"라며 무인기 평양 침투 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①이륙지점이 민간인 접근이 쉽지 않은 백령도라는 점 ②비행경로가 최단거리(서해)라는 점 ③전단살포계획 기록이 있다는 점 등이 내세운 근거였다.

김 부부장도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 담화로 심리전을 거들었다. 서울 상공에서 무인기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상황을 가정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고 막말을 던졌다. 국방성 대변인은 '무인기 침투 재발 시'를 전제로 "도발 원점(백령도)은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北, '삐라 무인기' 용산 상공으로 보낼 수도"

북한이 주장한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상공에서 포착된 남측 무인기.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주장한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상공에서 포착된 남측 무인기.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날 주장을 "향후 분쟁까지 내다본,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사결과를) 유엔사령부에 통보하고 필요시 공동조사에 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조만간 무인기를 통해 대통령실이나 합참에 대남전단이나 오물을 살포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작극을 숨기기 위한 '오버' 액션이라는 지적도 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11일 공개한 사진, 15일 공개한 동체, 그리고 이날 공개한 비행 이력이 모두 같은 무인기인 경우에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데, 북한은 이들 간 연결고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늘 공개한 동선 역시 앞선 무인기 중 어떤 기체에 대한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짜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라고 봤다. 드론 전문가인 이희우 케바드론 대표 역시 "북한이 주장하는 (무인기) 기종에는 대량의 전단을 달거나 넣을 공간이 없다"고 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가치도 없다"며 "억지주장은 후안무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군은 여전히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전략으로 북한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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