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정면 대립이 여권 전반의 친윤-친한계 충돌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정의 두 축이 국민을 앞에 두고 벌이는 무책임한 모습에 기가 차지만 이젠 여당 내 투톱 간 내분마저 뚜렷해졌다. 그 고리로 대통령 가족의 일탈 여부를 살피는 특별감찰관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대표가 그제 이 문제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곧바로 언론에 “국회 운영은 의원총회로 결정할 부분”이라며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한 대표가 어제 “원내든 원외든 당대표가 총괄한다”고 선전포고하면서 “두 사안 연동은 당론”(권성동 의원), “원내 관여는 월권”(홍준표 대구시장) 등 한 대표를 포위하는 반격이 쏟아졌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임명은 여론의 관심에서 한참 떠난 얘기라 답답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김 여사 관련 다수의 의혹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수준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만 해도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인해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특검법 향배 아닌가. 1년 이상 제기돼온 김 여사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놔도 민심을 달래기 힘든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는 기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시행됐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 정부는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야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추천을 연계해왔지만 한 대표가 변화에 나서면서 내부 충돌이 생긴 것이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도 필요한 일이나 업무와 성격이 판이한 두 사안을 별도 대응키로 한 건 이제라도 다행이다. 특별감찰관은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검찰총장에게 고발·수사의뢰할 수 있을 뿐이다.
핵심 문제를 벗어난 사후약방문일지라도 당대표가 전향적 의지를 밝혔다면 국민의힘은 속히 당내 이견을 정리하고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당도 여권 분란을 활용할 생각 말고 포괄적 대화를 검토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정국이 긴박할수록, 윤 대통령과 여야 모두는 민심이 눈에 불을 켜고 그 진의를 지켜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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