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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역할 바르게 수행 못해" 63%···지방자치 30년, 주민 신뢰는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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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동시지방선거를 실시했던 1995년, 우리나라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2025년이면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국동시지방선거도 8차례나 실시됐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30년간 지방자치의 성과를 분석하고 과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보다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앞으로의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전북대학교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소장 하동현 교수,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 연구기관)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공동으로 지난 9월 27~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2023년에 이어 시행된 연속 조사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해 보고 앞으로의 준비 과제를 발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자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은 지난해 껑충 올랐던 수준을 유지한다.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살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소속감 있다 75%), 기초자치단체(72%), 읍‧면‧동(70%)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70%), 인천·경기(73%) 등 수도권 주민 또한 70% 이상이 소속 광역자치단체에 소속감을 느낀다.
지역 애착도와 지역 자부심은 각 지역의 정주의식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68%는 지역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60%는 지역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에 대한 애착도는 수도권(66%)과 비수도권(70%) 주민 간 차이가 크지 않으나, 지역 자부심은 수도권 주민(55%)보다는 비수도권 주민(64%)이 다소 높다.
정주의식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인인 향후 거주 의향은 어떨까? 응답자 10명 중 7명(68%)가량은 현 거주지역에서 10년 이상 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향후 거주 의향도 수도권(67%)과 비수도권(69%) 주민 간 차이가 크지 않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지역 소속감과 정주의식은 수도권 거주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높다. 지방자치 운영의 중요성에 힘이 실리는 결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자체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응답자 10명 중 7명(68%)은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67%)와 동일한 수준이다. 주민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부단히 힘쓴 여러 지자체의 노력이 무색한 결과이다. 그래서일까? 응답자의 61%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 역시 지난해 조사 결과(58%)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절반 이상의 응답자(56%)는 단체장, 지방의원 등 주민대표들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은 44%이다. 이는 지난해 조사와 동일한 결과이다. 거꾸로 말해 주민들의 요구에 주민대표가 반응할 것이라는 신념, 즉 정치효능감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치적 무력감 내지는 냉소가 생각보다 넓게 분포돼 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의 3명 중 2명(63%)가량은 지역사회의 뉴스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과 지역 이슈를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9%)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결과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기반의 각종 집단, 모임·단체 등에 소속되어 현재 활동하는 주민의 빈도는 17%로 여전히 낮다. 한 번도 활동한 적이 없는 사례가 과반인 52%를 차지한다. 다만 이 비율은 전년(59%) 대비 7%포인트 감소하는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서로 협의하여 지역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인식은 57%이다. 특히 역량이 없다는 인식은 전년 조사(50%)에 비해 7%포인트 올랐다. 또한 지자체장으로 누군가 당선이 되더라도 내 생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 71%를 차지한다. 앞서 살펴봤던, 정치적 무력감뿐만 아니라 지자체 역량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이 미친 결과로 판단된다.
현재 주민참여 기회도, 참여 역량도 모두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행정서비스 만족도 역시 좋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조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광역지자체(72%→65%) 및 기초지자체(72%→64%)의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이런 양상은 대부분 지역에서 확인된다. 올해 결과만 놓고 보면, 광역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수도권(서울 68%, 인천/경기 68%)이 비수도권에 비해 높은 특징을 보인다. 기초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의 경우 서울(70%)이 다른 권역 대비 6%포인트 이상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한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만족도는 대체로 비슷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광역과 기초를 하나의 행정서비스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수도권 주민의 지역 소속감과 정주의식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에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앞서 지자체의 주민 참여 기회, 지역주민의 협의 역량 모두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다. 더불어 지자체 공직자들의 역량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지역 문제 발생 시 지역 공무원들이 잘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55%, 지역 공무원들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식은 64%이다.
지자체가 역할과 직무를 바르게 수행한다는 인식은 37%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이 전년 대비 6%포인트 늘어난 63%를 차지했다. 지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지자체가 지닌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는 지금 정도면 적절하다는 의견(42%)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35%)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3%로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 권한‧책임 축소론은 작년(18%)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앞으로 여론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0년을 맞이하게 되는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지역소속감과 정주의식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덟 번의 선거를 거친 민선 지방자치의 성과다. 여러 가지 과제들도 확인된다. 주민 참여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과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개선돼야 할 지점이다. 그래야만 지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 10월 29일은 열두 번째로 맞는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날이다. 30년을 맞이하게 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더 성숙하도록, 성과와 과제를 공론화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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