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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같다”며 다가오는 살인마, 데이트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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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친절하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다가도 이삿짐을 옮겨달라는 낯선 여자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적이고 성숙한 마음을 지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방송 데이트 프로그램에 나가 여자 출연자의 까다로운 질문에 능숙하면서도 현명하게 답한다. 마음먹고 ‘돌직구 질문’을 던진 여자가 감탄할 정도다. 하지만 이 남자, 흉폭한 사람이다. 수년 동안 여러 여자를 꼬드겨 목숨을 빼앗아왔다.
로드니(대니얼 조바토)의 수법은 단순하다. 휘날리는 긴 머리에 예술가의 풍모를 지닌 그는 카메라 여러 대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마음에 드는(보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있어 폭력에 취약한) 여자를 발견하면 “모델 같다”며 사진 촬영을 해도 되냐고 묻는다. 근사한 배경이 필요하다며 여자를 외딴곳으로 데려간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살인이 이어진다. 사진들은 수집품처럼 로드니의 사진첩에 꽂힌다.
잔혹무도한 로드니가 데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여자 출연자가 자신을 점찍으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특전이 제공되니 범죄에 이용하려 했는지 모른다.
여자 출연자는 무명배우 셰릴(애나 켄드릭)이다. 마땅한 배역을 못 잡던 셰릴은 매니저의 권유로 데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얼굴을 알릴 요량이다. 셰릴은 고역스러운 일을 하다 곤경에 처하게 된다.
영화는 1971년과 1978년, 1979년 등 시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셰릴이 로드니와 마주친 때는 1978년이다. 로드니는 1979년에도 범죄를 시도한다.
영화는 교차편집을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영화가 여러 시간대를 오갈수록 셰릴이 로드니에게 살해됐을까라는 의문부호가 커진다. 데이트 프로그램 방청객인 로라(니콜렛 로빈슨)는 로드니를 보고선 악몽 같은 일을 떠올리는데, 로라의 용기가 과연 연쇄살인을 막을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여자들은 종종 비하의 대상이다. 그들은 발언권이 약하기도 하다. 셰릴이 오디션을 볼 때 남자 관계자들은 앞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막말을 한다. 셰릴은 방송에 나가 자신이 남자를 골라야 하는데도 정해진 대본대로 질문을 해야 한다. 저급하고 여자에 대한 이해가 깃들지 않은 질문들이다. 방송 진행자 겸 프로듀서는 셰릴이 제 마음대로 질문을 던지자 얼굴을 심하게 구긴다. ‘감히 여자가’라는 표정이다.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목숨까지 빼앗는 살인범은 사회와 무관하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걸까. 영화는 아니라고 암시한다. 남자들은 살인범 검거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만 한다. 로드니를 감옥으로 보낸 이는 어느 영특한 여자다.
미국 연쇄살인범 로드니 알칼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연쇄살인 행각 중에 TV 데이트 프로그램 ‘더 데이팅 게임’에 출연해 ‘더 데이팅 게임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배우 애나 켄드릭이 제작과 연출을 겸했다. 켄드릭이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영화다. 여자 감독의 카메라는 다르다. 연쇄살인범의 시선으로 범죄를 재구성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알몸을 화면에 전시하거나 피해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는, 훔쳐보기식 촬영이 없다. 정밀히 계산된 편집으로 사건들을 이어 붙이며 피해자들의 연대의식을 만들어내는 연출 방식이 눈길을 잡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시청자 6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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