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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과 마주 앉는 의학회·의대협회… '내년 의대 증원' 문제가 협의체 성패 가를 듯

입력
2024.10.23 04:30
수정
2024.10.23 06: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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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 달 넘게 지지부진하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의 전격적인 참여로 어렵사리 첫발을 뗀다. 의사 집단행동 8개월 만에 처음 가동되는 공식 대화 채널이다. 의사계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많아 향후 합류하는 단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의사들이 요구하는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와 의대생 휴학 문제를 두고 의정 간 입장 차이가 커 단기간에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22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동의가 아닌,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가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93개 전문학회를 거느린 대한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단체로 연구와 교육,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는다. 의대협회에는 40개 의대가 가입돼 있다. 두 단체는 비교적 전공의·의대생과 접점이 넓은 편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전공의·의대생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들이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더 많은 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 단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3일 열리는 정례 회의에서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대 교수들이 대부분 대한의학회 회원인 만큼 행보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협의체가 잘 운영돼 성과를 내야 한다”며 “여론의 이목이 쏠린 공론장에서 의사들 입장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유일한 법정단체인 의협은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두 단체가 의료계 전체 의견을 반영해 신중히 논의해 주길 바란다”며 반발은 자제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도 “현재로서는 2025년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면 참여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이 협의체 참여 요청 공문을 보낸 15개 단체에는 교수·의사단체 외에도 5대 상급종합병원과 병원단체 3곳이 포함돼 있다. 병원단체는 처음부터 대화 필요성에 동의했던 만큼 협의체 출범 전후로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단 형식적이나마 대화 테이블이 꾸려지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의사계는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를 관철하겠다는 목표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입장문에서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 현안으로 △협의체 발족 이전 의대생 휴학 승인 △2025년 및 2026년 의대 정원 논의와 의사정원추계기구 입법화 △의대생 전공의 수련기관 자율성 존중과 수련 내실화를 위한 국가 지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개편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내년 의대 증원 재조정 문제는 협의체 순항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의대 증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시 모집이 진행 중이고 수능시험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변동되면 수험생 피해 등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다.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2026년 의대 정원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의사단체는 추계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의사단체가 추계위가 아닌 협의체를 선택한 것도 당장 현실로 다가온 내년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시간은 흐르고 의료계는 망가지고 정부는 비현실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선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해 협의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도 “추계위는 의료 정상화 이후 논의할 문제”라며 “협의체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두 단체의 추계위 입법화, 의개특위 개편 요구도 의정 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료개혁 정책을 좌초시키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계위에서 향후 의사 인력의 적정 규모를 계산해 정책 제안을 하면 법정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추계위의 법적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여러 정책을 발굴한 의개특위에 대해서도 의사계는 불신이 크다. 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의사단체가 여야 정치권의 힘을 빌려 정부를 고립시키면서 요구안을 관철하려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이 제각각 의견이 달라 협의체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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