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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김 여사 특검법 여론 악화 언급에... 尹 "우리 당 의원들 믿는다"

입력
2024.10.22 17:59
수정
2024.10.22 18: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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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하루 지나 전날 면담 내용 공개
김건희 특검법 등 두고 尹 부정적 입장
尹 "어처구니 없는 의혹 당에서 같이 싸워 달라"
한동훈 3대 요구에 대해서도 尹 난색 표시
한동훈도 "피하지 않고 해결"...정면돌파 의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헌정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당 의원들을 믿는다."

2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 발언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선명하게 보여줬다. 대통령실은 전날 있었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대화 내용을 하루가 지나 공개했다. 면담 이후 한 대표 측에서 '민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정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검법 관련 "의원들이 위헌 법안에 찬성하겠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공개한 면담 내용에 따르면, 특히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불신이 드러난 지점은 야당에서 추진 중인 김 여사 특별검사법이었다. 한 대표가 '그동안 (당내 의원) 수십 명을 설득해 (특검법 통과를) 막았는데 여론이 자꾸 악화되면 이게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하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면서 여당 의원을 믿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 언급은 사실상 한 대표의 우려 자체가 "야당의 정치공세와 같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되레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면, 당에서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한 대표에게 당부까지 했다.

尹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 할 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의혹에 대한 설명 및 해소, 대외활동 중단 등 한 대표가 제안한 3가지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난색을 표했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과 관련해선 한 대표가 8명 실명을 직접 거론했지만, 윤 대통령은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누가 어떤 잘못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인사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취지다.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장모 최은순씨가 2021년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사실을 거론하며 "한 대표가 나와 오래 같이 일해봤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에는 검찰 조사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얘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했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은 "대선 전 명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며 "이후 중간에 명씨와 단절한 것도 사실이고, 집사람(김 여사)은 나와 달리 명씨를 달래가는 노력을 기울였던 게 아니겠느냐"고 거리를 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서는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도 많이 줄였다"면서도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윤-한 갈등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윤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보면 대부분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한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까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부 언론에선 한 대표가 할 말을 하고 반응이 없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서 한 대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면담 당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한 대표가 뒤늦게 여론전에 나섰다는 불만이다. 다만 한 대표도 이날 오후 '국민 눈높이'를 재차 강조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확인했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면담 결과를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기싸움이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지난달 22일 2박 4일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왕태석 선임기자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지난달 22일 2박 4일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왕태석 선임기자


김현빈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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