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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까지 불러들인 러시아, 한국에 2800억 빚 안 갚았다

입력
2024.10.21 15:35
수정
2024.10.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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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북방정책 일환으로 소련에 차관
"우크라 침공, 국제제재로 달러 송금 불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스푸트니크·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스푸트니크·AFP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33년 전 러시아(당시 옛 소련)에 경제협력 차관 명목으로 빌려준 돈 가운데 2,800억여 원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의 차관 상환도 기약 없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91년, 우리나라로부터 빌린 14억7,0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2조200억 원) 가운데 현재까지 2억1,000만 달러(약 2,886억 원)를 갚지 않았다.

원리금 상환이 중단된 시점은 지난해 6월로, 옛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으로 상환이 어려웠던 1990~2000년대와 달리 현재 연체의 가장 큰 원인은 전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돼 달러 송금 자체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1991년 노태우 정부는 소련과의 수교를 계기로 총 14억7,000만 달러 상당의 차관(현금 10억 달러·소비재 4억7,000만 달러)을 제공했지만 그해 말 소련이 해체되면서 이 돈을 제때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에 1993년까지 받기로 한 차관을 1998년까지 연장해 주면서 현금이 아닌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하겠다는 러시아 측 입장을 수용했다. 이른바 1차 불곰사업이다.

그러나 이후 만기가 도래한 차관에 대해서는 10년 가까이 합의를 보지 못했고, 2003년 미상환 원리금 22억4,000만 달러 가운데 6억6,000만달러를 탕감해 주는 대신 나머지 15억8,000만 달러 중 2억5,000만 달러는 러시아제 무기로(2차 불곰사업), 그 나머지는 원금과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에 0.5%포인트를 가산한 이자를 2025년까지 전액 상환키로 하는 채무재조정에 합의했다.

이에 매년 두 차례 원리금을 갚아오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 강화로 달러화 송금이 어려워지자 2023년과 올 상반기 송금했어야 할 원리금 1억2,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연체한 상태다.

안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적 제재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상환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러시아 측과 외교 서한, 실무 협의 등을 통해 상환을 촉구하고 있으며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의원실에 밝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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