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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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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일흔 번을 일곱 번씩이나 용서하라는 예수의 권면은, 사실 용서하기를 포기하라는 말 같다. 기독교의 초석을 놓았던 바울은 인격과 행동이 거듭나야 함을 설파했지만, 그도 까칠한 성격으로 주변인을 힘들게 했다. 사람이 품위 있는 인격으로 용서한다는 것, 건방진 생각 같다.
그런 바울이 누군가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그 사연은 빌레몬서라는 작은 서신에 남겨 있다. 바울이 감옥에서 쓴 편지다. 자기 사정도 편치 않았지만, 그는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라는 노예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라고 권면했다.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돈을 횡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용서는 가해자 혹은 제삼자가 쉽게 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몫이다. 그래서 영화 ‘밀양’을 보다가 어느 한 장면에서는 거의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자기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교도소를 갔는데, 그 살해범이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자기는 예수를 믿고 용서받았다고 하는 장면이다. 순간 엄마는 사랑하는 아들에 이어 숭고한 용서마저 빼앗긴 충격에 좌절하고 만다.
전승에 의하면 오네시모는 후에 에베소 교회의 주교까지 되었고 순교로 삶을 마쳤다고 한다. 그는 바울의 적극적인 중재 덕분에 용서를 경험하고 거듭난 삶을 산 것이다. 바울은 어떻게 그런 성공적인 화해를 끌어냈을까?
서신에 의하면 바울은 빌레몬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그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거나, 빚진 것이 있거든, 그것을 내 앞으로 달아놓아 주십시오.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낯을 생각해서 용서할 것을 종용했지만, 더 나아가 바울은 자기가 희생했다. 재정적 피해를 자기가 갚겠다고 한 것이다.
문제가 있던 친구 하나를 알고 있다. 실수가 잦고 이해력이 떨어져 어디에서든 부적응자였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는 가족으로부터도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용서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던 친구였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바울처럼 용서가 일어나도록 중재할 수는 있다. 용서의 경험은 도둑질하던 노예도 숭고한 순교자로 변화시킨다. 용서라는 위대한 사건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비싼 희생도 지나치지 않다.
빌레몬서는 매우 특이한 책이다. 바울의 수려하고 빼어난 신학적 논쟁이 이 편지에는 없다. 매우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한 사람이 용서받을 수 있게 노력한 그의 땀방울만 보인다. 그 이야기는 성경의 한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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