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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첩보원 ‘느린 말들’은 다시 살아남을까… 가족 비밀까지 더해진 첩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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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느리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게다가 '빠르게 달림'이 종의 특징인 말이 느리다면 열성으로 분류할 만하다. ‘느린 말들(Slow Horses)’이라는 호칭이 민첩해야 할 첩보원에게 붙는다면. 치욕과 불명예의 표상일 수 있다. 만약 여러모로 문제 많고 열등한 첩보원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 있다면. 그들이 알고 보면 일급 요원 못지않은 실력을 각자 지니고 있다면. 드라마 ‘슬로 호시스’는 흥미로운 설정과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첩보 세계를 맛깔나게 그려왔다. 시즌6 제작이 최근 결정된 이유다.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벌어진다. 영국 첩보기관 MI5는 범인 검거와 배후 찾기에 몰두한다. ‘느린 말들’이 모인 런던 변두리 ‘슬라우 하우스’는 한가롭다. 잡일로 소일하는 ‘느린 말들’에게는 테러 사건이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이들이 바짝 긴장할 일이 생긴다. 동료 리버(잭 로우던)가 퇴역 첩보원인 할아버지 데이비드(조너선 프라이스) 집에서 사살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슬라우 하우스‘의 리더 잭슨(게리 올드먼)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데이비드는 치매 증상이 심하다. 자신이 정말 손자에게 총격을 가했는지, 손자로 위장한 침입자를 쏘았는지 헛갈려 한다. 잭슨은 리버의 생존을 알고도 감춘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리버는 할아버지를 죽이려 한 이가 온 프랑스로 가서 배후를 찾으려 한다.
폭탄 테러 사건과 데이비드 살해 시도는 서로 연결돼 있다. MI5가 20세기에 행한 비밀 작전들로까지 소환하게 되는 일들이다. MI5는 리버의 행적이 부담스럽다. 그 때문에 MI5의 오랜 치부가 드러날 수 있으니까.
드라마는 단서를 조금씩 제공하며 여러 사건과 인물들을 연결한다. 퍼즐은 6부에 가서야 완성된다. 이야기는 꽤 시사적이다. 냉전이라는 망령이 21세기에 드리워져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서다.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체제에 들어선 최근 지구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누구나 제임스 본드(영화 ‘007’ 시리즈)나 이선 헌트(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될 수는 없다. 현실에서는 이들과 같은 첩보원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첩보기관 내부의 음모, 첩보원끼리의 암투, 팀워크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이 현실에 더 맞는 이야기이리라.
게다가 삼류로 낙인찍힌 첩보원들이 일류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며 성과를 올린다는 전복적인 내용은 눈길을 붙잡기 충분하다. ‘느린 말들’이 안 그런 척 뜨거운 동료애를 발휘하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리버 가족의 비밀까지 포개지니 흥미진진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시즌1~3에 비해 리버의 활약상과 개인사 비중이 크다. 대신 ‘느린 말들’의 사연, 리더 잭슨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게리 올드먼이 그려내는, 능청스러운 잭슨의 모습은 여전히 눈길을 끈다. 그는 술고래에 지저분한 행색으로 살아가나 첩보원으로서 촉은 잃지 않고 있다. 그가 MI5 부국장 다이애나(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벌이는 신경전은 시즌4에서도 반복된다. 다이애나는 첩보세계 문외한인 신임 국장을 상사로 모시는데, 둘 사이 이야기가 잔재미를 주기도 한다. 시즌4에 이르렀다고 하나 참신함을 잃지 않는 점 역시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8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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