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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안 하려는 한강..."전쟁서 날마다 사람들 죽는데 무슨 잔치에 회견이냐"

입력
2024.10.11 14:10
수정
2024.10.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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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의 전언 ]
기자회견·축하연 하라는 의견에
한강 "비극 즐기지 말고 더 냉철해지라는 상이다"
출판사들의 기자회견 요청에도 무응답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작가. 뉴스1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작가. 뉴스1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53) 작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세계의 비극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을 마다하고 있다.

한강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85) 작가는 11일 전남 장흥군의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한강의 뜻을 전했다. 한 작가는 “(한강이)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으로 (사람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10일 저녁 딸과 통화하며 “출판사 한 곳을 택해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조언했고, 한강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밤사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 작가는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서의 감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작가의) 감각으로 바뀌어 있더라”며 “나만 한국에 사는 수상자의 아버지로서의 감각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 기자회견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한강은 아버지가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열려던 수상 축하연도 말렸다. 한 작가는 “여기 이 자리에서 잔치를 벌여서 동네 사람들한테 한 턱 내려고 그랬는데 (딸이) 그것도 하지 말라고 그런다”며 “'제발 그 비극적인 일들(두 개의 전쟁)을 보고 즐기지 말라'고 그러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고민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강은 10일 노벨문학상 측의 전화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통보받은 후 “매우 놀랐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더 이상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의 대표 소설인 ‘소년이 온다’(2014)와 ‘채식주의자’(2007) 등을 펴낸 창비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2013)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2010) 등을 출판한 문학과지성사 등 여러 출판사가 그에게 기자회견을 제안했으나 11일 오후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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