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노벨물리학상 받은 '인공지능의 아버지' "AI, 인류의 통제 넘어설 수 있다"

입력
2024.10.08 22:01
수정
2024.10.08 22:07
2면
구독

예상 못 한 수상자들 "당황스럽다"
트렌드 넘어 과학 영역 차지한 AI
위원회-수상자 함께 위험성 경고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홉필드(왼쪽 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P 연합뉴스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홉필드(왼쪽 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AP 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토대를 만든 존 홉필드(9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77)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수여됐다. 순수과학이 아닌 응용과학, 특히 AI 분야에 노벨물리학상이 돌아가면서 AI가 과학의 독자적인 주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힌턴 교수는 ‘AI의 아버지’로 불리면서도 기술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온 터라, 이번 수상을 계기로 AI 규제와 관련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가 왜 물리학상?... 인공신경망 기반이 물리학 원리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밝힌 수상자들의 업적은 “물리학을 이용해 인공신경망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공신경망이란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 등의 연결 구조를 기계적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컴퓨터는 생각할 수 없지만, 현재의 AI가 인간과 유사한 기억과 학습 기능을 모방하게 된 건 이 인공신경망을 통한 머신러닝의 발전 덕분이다.

수상자들은 1980년대부터 인공신경망을 연구해왔다. 고체물리학자인 홉필드 교수는 뇌가 패턴을 저장하고 재현하는 방법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홉필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원자가 작은 자석으로 행동하는 ‘스핀’이라는 개념이 활용됐다. 컴퓨터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주어진 유형의 데이터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인식해 학습하는 알고리즘이다. 기체 확산에 관한 물리학 공식인 볼츠만 방정식을 활용했다. 홉필드 네트워크가 인공신경망의 요체가 되는 첫 모델이라면, 힌튼 교수의 업적은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물리학을 활용했다지만, AI 연구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하는 결정은 학계도 예상치 못했다. 수상자인 힌턴 교수 역시 수상자 발표 후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당황스럽고,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날 줄 몰랐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자연과학도에게 새로운 방향성 제시"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물리학에 기반한 것은 물론, 머신러닝이 최근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가 발전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엘렌 문스 노벨물리학위원회 의장은 “수상자들의 발견을 통해 발전한 머신러닝은 입자물리학과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연구의 비약적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얼굴 인식과 같은 일상적인 요소는 물론, 정확한 의학 진단 등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대학의 인공지능 관련 학과들이 홉필드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가르칠 정도로 두 수상자의 연구는 인공지능 실용화의 토대”라며 “학문적 성과가 실제로 응용된 업적에 수여한다는 노벨상의 취지에 잘 들어맞는 선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재혁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AI가 단순히 트렌드를 넘어 과학사의 의미를 갖는 독자적 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진로를 고민하는 자연과학도들에게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줄 거란 기대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AI 안전과 윤리 논의 활발해질 듯

이번 수상은 AI의 영향력과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의 장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인류가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머신러닝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지만, AI의 빠른 발전이 우리 미래에 가져올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발표와 함께 수상 기술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이처럼 적극적으로 경고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수상자인 힌턴 교수 본인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AI는 생산성을 높여주겠지만 우리는 인류보다 뛰어난 어떤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이 기술이 가져올 나쁜 결과들, 특히 AI가 우리의 통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인류가 AI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도, 모든 걸 해줄 것처럼 기대하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며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더라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따르는 윤리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오지혜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