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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역마진 판매, 건당 500원 큐텐 헌납… 티메프 곳간, 이렇게 축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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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티몬+위메프)는 ①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마케팅을 하고 ②모기업 큐텐그룹의 다른 자회사가 내야 할 비용을 대신 부담하면서 재무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과 모기업의 '빨대 꽂기'가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7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경영진 세 명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골드바 역마진 프로모션'과 '큐익스프레스 서비스 사용료 대리 부담' 등을 자금 악화 배경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무리한 할인 판매 및 일감 몰아주기가 천문학적 규모의 지급 불능 사태로 이어졌다고 보아, 이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티메프는 2022년 말부터 자금 경색 조짐을 보였다고 한다. 구 대표 등은 이를 타개하고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전자제품과 골드바처럼 가격민감도(가격이 구매 의사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큰 제품을 위주로 공격적 할인 판매에 나섰다. 이미 그 당시 티메프 미정산대금은 550억 원에 이른 상태였다.
검찰은 당시 위메프 측이 입점 금거래소 A사에 "역마진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역마진 쿠폰을 이용하면 순금바를 시세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반면, A사가 받아야 할 공급가는 그대로 유지시켜 주겠다"고 제안한 정황을 영장에 적시했다. 결국 A사는 순금바 한 돈을 팔 때마다 46만 원을 가져가지만, 정작 소비자 판매가는 38만~39만 원으로 책정돼 팔 때마다 위메프가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됐다.
이것은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당장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반년 만에 티메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올 6월 기준 A사는 37억 원의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티몬에 입점한 한 컴퓨터 부품업체는 23억여 원 피해를 봤다.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티메프가 지급 불능 사정을 알고도 입점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며 판매업체(셀러)·소비자 등 33만여 명에게 1조5,95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이 액수 모두 구 대표 등의 사기 혐의액에 포함했다.
티메프 자금 상황은 큐텐이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실적을 몰아주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큐익스프레스의 서비스 판촉 명목으로 수수료 일부를 티메프가 대신 내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월 배송과 재고관리 등을 대리해주는 '풀필먼트서비스'를 시작했고, 곧이어 물류 보관 및 재고 관리, 배송 서비스를 포함한 'T프라임'(티몬) 'W프라임'(위메프)을 시작했다.
큐텐은 또다시 할인율을 무기로 내세워 이런 서비스를 홍보했고, 건당 서비스 이용료 3,000원 중 2,500원은 셀러 부담으로, 나머지 500원은 티메프에서 지출하게 했다. 큐익스프레스는 단기간 매출이 수직 상승한 반면, 티메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은 구 대표 등 세 사람이 일감 몰아주기를 공모해 티메프에 약 692억 원(티몬 603억 원, 위메프 89억 원)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본다.
이 밖에도 검찰은 큐텐 본사가 △티메프로부터 허위 자문료 명목 121억 원(티몬 51억 원, 위메프 70억 원) △구 대표 명의 큐텐 주식 취득을 위해 위메프로부터 허위 선급금 50억 원 △위시 인수대금 500억 원(티몬 200억 원, 위메프 300억 원) 등 총 671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 목적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주관사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큐익스프레스의 매출 수준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은 구 대표 등 큐텐 경영진이 큐익스프레스 매출 증대를 위해 자회사들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 대표와 류화현·류광진 대표가 일련의 범행을 함께 모의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두 류 대표는 "재무와 관련해서는 실권이 없었다"고 해명 중이다. 류화현 대표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본보에 "위메프의 골드바 할인 판매는 실무 담당자의 사후보고로, W프라임 배송 건당 500원 비용 지급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대부분의 자금 거래를 당시에는 몰랐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외부 투자가 절실한데 위시 인수나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통해 모그룹이 성장하면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행동한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류광진 대표 측은 "티몬에는 재무, 회계, 기술개발 조직 자체가 없다"며 "모든 의사결정은 구 대표가 하고 (재무 기능을 일임한 자회사) 큐텐테크를 통해 자회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 측에도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모든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구 대표가 미정산 사태 초기부터 책임 회피에 나선 정황도 드러났다. 사태가 불거진 후 7월 중순 구 대표는 공식 입장문 초안에서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언론 대응 담당 이모 티몬 본부장과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구 대표는 자신이 책임을 통감하거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는 문장은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구 대표와 류화현·류광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신영희 부장판사 심리로 40분 간격으로 잇달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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