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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스닥 상장 불가능' 알면서 돌려막기... 檢, 큐텐 구영배 영장 재청구 방침

입력
2024.11.1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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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물류자회사 나스닥 상장 추진
그룹 자금총괄 임원 "상반기 어려워" 인식
신규자금 유입 어려운데도 셀러 계약 계속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큐텐그룹 수뇌부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큐익스)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이 어렵다고 인식했으면서도, 정산대금 돌려막기식 영업을 이어간 증거를 검찰이 다수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영배 큐텐 대표 등이 "나스닥 상장만 되면 정산대금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영 실패일 뿐, 범죄는 아니다"라고 주장해 온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나스닥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결론 내리고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전무)이 지난해 11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류광진 티몬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큐익스의 나스닥 상장은 내년(2024년) 상반기에는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이 본부장은 큐텐그룹 자금을 총괄하며 구 대표에게 직보하는 직위에 있었다. 당시 구 대표는 큐익스의 대표였고, 이 회사 지분 30%를 가진 2대 주주였다. 구 대표도 이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나스닥 상장이 힘들다는 전망이 관련 내부보고 등을 통해 구 대표 등 그룹 내부 임원급들에게 공유됐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됐다.

이런 전망이 공유된 지난해 11월은 큐텐 자회사들의 자금경색 기미가 짙어진 후였다. 류광진 대표는 마크리 당시 큐텐그룹 최고재무담당자(CFO)에게 큐익스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재차 물었고, "현재는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류 대표는 이 본부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내년 상반기 기준으론 큐익스 상장은 좀 어려워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럼 우리 다 망하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이 본부장은 "(상장) 대신 (상장사인) 위시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초 큐텐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는 나스닥 상장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애초에 큐익스 상장이 불발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큐텐그룹은 '역마진'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구 대표 지시에 따라 티메프는 손해를 보면서 큐익스의 서비스를 이용해 실적을 부풀려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터졌다.

검찰은 나스닥 상장 불발(신규 자금 유입 없음) 사실을 알면서도 입점 판매업자(셀러)들과 계약을 지속하며 판매대금을 끌어다 쓴 것에 대해 '변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에도 셀러들을 기망한 행위'(사기)라고 결론 내렸다. 설사 큐익스가 상장됐다 하더라도, 수천억 원대 큐텐 투자금이 선순위 채권으로 묶여 판매대금 정산 등 피해 회복에 활용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정산대금 지급 불능 사태가 임박한 시점에서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등 허위 해명을 준비한 것도 사기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구 대표와 티메프 대표들의 영장이 모두 기각된 뒤, 보강 수사를 해온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류광진 대표 측은 "나스닥 상장을 사기 고의와 엮는 건 비약이 커 보인다"며 "차라리 구 대표의 배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화현 대표 측은 "그룹 내 대부분의 자금 흐름을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고, 의사결정 권한도 없었다"고 했다. 구 대표 역시 사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지수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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