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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한 달 앞 총 맞은 곳 돌아온 트럼프… 머스크도 “싸워! 싸워! 싸워!” 외쳤다

입력
2024.10.06 17:07
수정
2024.10.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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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대형 유세
“그들이 날 죽이려”… 민주 겨냥 ‘음모론’
주민 “‘암살 도시’ 오명… 정치 갈등 커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연탁)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야외 박람회장 ‘버틀러 팜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7월 13일 이곳에서 오른쪽 귀에 총을 맞았다. 버틀러=UPI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연탁)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야외 박람회장 ‘버틀러 팜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7월 13일 이곳에서 오른쪽 귀에 총을 맞았다. 버틀러=UPI 연합뉴스

파이트(fight·싸워)! 파이트! 파이트!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서부 버틀러. 미 대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나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무대로 불러올렸다.

바로 이 연단이었다. 트럼프는 7월 13일 20세 암살범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기 머리를 노리고 쏜 총에 맞았다. 하지만 총알은 그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스쳤다. 그가 피를 흘리며 경호원에게 감싸여 무대에서 내려가는 와중에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던 구호가 '파이트'다.

‘화성을 점령하라’(머스크 소유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목표)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에 재킷을 걸친 머스크는 무대에서 방방 뛰었고 이렇게 '파이트'를 세 번 외쳤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5일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연설 무대로 뛰어오르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5일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연설 무대로 뛰어오르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기사회생의 추억

트럼프는 수만 명이 운집한 이날 집회에서 “지난 8년간 우리의 (밝은) 미래를 막으려는 자들이 나를 비방하고 탄핵하고 기소하고 투표에서 제외하려 했다. 어쩌면 나를 죽이려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여러분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싸우자”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11월 5일 대선까지 31일밖에 남지 않았다. 비극은 사람을 한데 모으고 적은 같은 편을 뭉치게 한다.

트럼프 연설 직전 무대에 오른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암살자 둘을 제압하고 총 맞은 바로 그 자리에 당당하게 돌아온 누군가”로 영웅시했다.

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보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박람회장 ‘버틀러 팜쇼’ 입구에 아침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버틀러= 권경성 특파원

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보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박람회장 ‘버틀러 팜쇼’ 입구에 아침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버틀러= 권경성 특파원

트럼프가 바라는 것은 정점을 찍었던 7월 중순 기세의 복원이다. 6월 말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완승을 거둔 그에게 암살 위기 극복은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민주당 대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하며 순식간에 상승 동력을 잃었고 지금은 초박빙 접전이다. 버틀러가 속한 펜실베이니아주는 두 후보 모두 놓쳐서는 안 되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트럼프가 갈라 놓은 소도시 버틀러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이날 행사가 일종의 축제였다.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대도시 피츠버그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버틀러의 행사장 '버틀러 팜쇼'가 열리자마자 금세 대기 줄이 길어져 수백m가 됐다. 저녁에나 시작될 1시간 남짓 연설을 들으려 전국에서 모인 인파였다. 보안이 강화됐고 건물 꼭대기에 암살 대비 저격수팀이 보였다. 버지니아주에서 이날 새벽 출발해 약 5시간 운전 끝에 오전 10시 반쯤 도착했다는 70대 백인 데이브 부부는 “나라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트럼프가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하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70대 백인 트럼프 지지자 데이브. 자가용 차창에 “우리나라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싸우자”고 적었다. 버틀러=권경성 특파원

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하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70대 백인 트럼프 지지자 데이브. 자가용 차창에 “우리나라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싸우자”고 적었다. 버틀러=권경성 특파원

그러나 트럼프가 자극한 분노에 버틀러는 몸살을 앓고 있다. 1만3,000여 명이 사는 이 소도시는 애초 ‘지프’의 모태로 이름을 알렸다. 아메리칸밴텀이 1940년 이곳에서 저 유명한 군용 차량을 개발했다. 당시 도시 인구는 2만5,000명에 육박했다. 이후 내리막을 걸었지만 정치가 이웃을 갈라놓지는 않았다.

7월 트럼프 유세 이후 도시는 예전 같지 않다. 원래 공화당원이 민주당원의 얼추 두 배였지만 미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버틀러 시내 주택가에서 만난 토박이 백인 에반(33)은 한숨을 쉬었다. “총기 사고 따위는 없던 평화로운 ‘지프 타운’이 ‘암살 도시’로 유명해져 버렸고, 정치 화제로 좀체 다투지 않던 마을 주민들이 트럼프 편과 반대편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 달여 남은 이번 대선은 미국의 작은 도시를 쪼개놓고 있었다.

버틀러(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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