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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잃은 엄마 두 번 울린 스타 변호사... 권경애는 뭐 하느라 재판에 '노쇼'했을까 [사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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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소송이 벌써 끝났다고요? 우리가 취하를 했다고요?"
'딸 잃은 엄마' 이기철(57)씨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학교폭력을 버티다 못해 2015년 숨진 딸(박주원·사망 당시 16세)의 얘기를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이 방송국 쪽에서 왔다. 마침 항소심 재판 상황도 논의할 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얘기는 없고 "만나서 말하자"는 답만 돌아왔다.
한 차례 약속까지 바꾼 뒤, 3월 31일 오후 9시 이씨는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고, 변호사는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제가 재판에 나가지 않아 이미 4개월 전에 소송을 취소한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그제야 고백했다. 소송 당사자가 취소한 적이 없는데,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아 취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씨는 이해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 변호사는 세 번이나 연속으로 재판에 나가지 않았단다.
학폭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릴 기회를, 어이없게도 불출석 때문에 다 날려버린 이 불성실한 대리인은, 다름 아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조국 사태 비판(조국흑서 제작) 등을 통해 '정치 논객'으로 이름을 떨친 권경애(59∙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였다.
1999년생 박주원은 감수성 풍부한 둘째 딸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은근한 냉대를 받은 일을 계기로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다시 만나지 않으려고, 중학교는 집에서 떨어진 곳에 입학했다.
기대는 중학교 입학 3개월 만에 무너졌다. 주원이의 초등학교 시절을 건너 들은 아이들이 집단 괴롭힘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원이를 저격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방해했다. 단체 메신저에 주원이를 초대해 가족 욕을 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도 보고만 있었다. 메신저 특성상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말 이외엔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별달리 설명이 없었다. 소년사건은 피해자에게도 비공개가 원칙이라, 가해자 두 명이 이듬해인 2013년 1월 서울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사실도 이씨는 이후 소송 과정에서 알았다.
주원이는 학교 나가기를 두려워했다. 수업 일수 부족으로 유급 경고를 받자 이씨는 특례전학으로 주원이를 인근 학교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같은 동네에선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반려했다. 결국 주원이는 서울 가족들과 떨어져 친척이 사는 강화도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강화도의 학교생활은 비교적 순탄했지만, 주원이는 집단 따돌림 트라우마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엄마랑 다시 살고 싶다"는 말에, 이씨는 2015년 3월 집 근처 고등학교에 주원이를 보내기로 했다. 고등학교에선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두 달 뒤인 2015년 5월 18일 자정 주원이는 집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탓에, 수학여행 버스에서 혼자 앉게 된 것이 '트리거'였다. 주원이를 조롱한 무리 중엔 주원이의 과거사를 아는 아이도 있었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간 주원이는 6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고등학교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의심 가는 정황은 있지만 물리적 폭력이 발견되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주원이를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중학교 동창에 대한 모욕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그때 지인들은 엄마 이씨에게 "변호사를 써보라"고 조언했다.
1년간 변호사 네 명을 만났지만 다들 "학교를 상대로 싸움은 힘들다"고 고사했다. 다섯 번째로 만난 이가 바로 권경애 변호사였다. 자신감 있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고, 이씨는 그날 선임료 55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권 변호사는 가해학생, 주원이 중·고등학교, 서울시 등을 상대로 5억 원을 청구하는 소장을 냈다.
권 변호사는 처음부터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1심에서 권 변호사는 △피고 명단에 가해학생이 아닌 부모들만 포함시키고 △주원이 본인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원인에서 빠뜨렸으며 △엄마 이씨와 상의 없이 일부 부모들에 대한 소를 취하하는 잘못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 측 변호사와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그다음 기일에 빠지는 식으로 2회 불출석해 취하 위기로 몰기도 했다. 민사소송법상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취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사이 가해학생들 상대 청구권과 주원이 본인 몫의 청구권은 소멸시효(3년)가 지나가 버렸다.
소 제기 6년 뒤 1심 법원은 재판에 무대응한 가해학생 한 명의 부모를 제외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중학생 때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당시 학교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도 인정되지만, 몇 년 뒤 발생한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패소였다.
다시 2심으로 가야 했다. 권 변호사가 요구한 항소심 수임료는 440만 원이었다. 그는 "2심에선 학생들을 피고에서 빼자"며 교묘하게 자기 잘못을 가리고, 서울시에 대한 항소는 누락했다. 5억 원대 소송에서 지게 되면 이씨가 물어내야 하는 상대 측 소송비용이 수억 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세 번의 불출석으로 항소심이 취하되게 만든 것이었다. 마지막 기일은 권 변호사 자신이 지정신청을 해서 잡힌 것인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항소취하 간주는 '판결'이 아니라 대법원에 상고할 수도 없다. 1심에서 유일하게 이긴 가해학생 부모는,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피고 측 항소만 받아들여졌다. 엄마의 패소로 뒤집혔다.
나중에 보니 권 변호사는 같은 로펌 변호사들에게 재판 출석을 부탁하지도 하지 않았다. 8년에 걸친 싸움이 어이없게도 '결석' 때문에 물거품이 되자, 이씨는 '패소 경위가 자세하게 적힌 공개 사과문'을 요구했다. 권 변호사는 거절했다. 대신 "매년 3,000만 원씩 3년에 걸쳐 9,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그는 "소송 도중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비슷한 시기 SNS에서 정치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해 올렸다. 권 변호사가 불출석한 항소심 1차 기일 이틀 전엔 "150쪽에 달하는 도이치모터스 공소장을 분석했다"는 글도 게시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와 사건 당시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직권으로 권 변호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영구 제명'을 촉구했지만, 의뢰인이 변협의 징계 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지난해 8월, 정직 1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5,000만 원에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이씨는 조정을 거부했다. 권 변호사 측은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6월 "이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권 변호사가 성실히 변론했어도) 2심에서 승소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5,000만 원만 인용했다.
'현실적으론 최대 금액이 인정된 결과'란 반응이 나왔다. 이씨는 새 변호사와 함께 주원이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살피면서, 권 변호사의 잘못 다섯 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총 11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 취지 변경을 신청하고, 청구액은 2억3,500여 만 원으로 올렸다.
이씨는 지난달 1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권 변호사에 대한 재징계 청원서도 제출했다. 8월 12일 자로 징계가 만료된 권 변호사는 현재 언제든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다. 권 변호사 상대의 민사소송 2심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주원이를 위해 전 계속 싸울 거예요." 엄마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딸이 살아 있을 때는 학폭 가해자들과 싸우고, 딸이 떠난 뒤 가해자 부모들 및 학교와 싸웠던 주원이 엄마는, 불의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다 날려버린 지금엔 스스로 선임했던 변호사와 싸움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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