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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가도에 먹구름 드리운 미국판 '이대녀' 파워

입력
2024.10.02 04:30
21면

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6>선거의 나침반, 여론조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월 18일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 연구소(CHCI)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월 18일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 연구소(CHCI)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예산의 10% 투입되는 여론조사
정확성 높이기 위한 다양항 노력
여성 표심 추적에는 여전히 한계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를 포함, 필자는 미국의 6개 주에서 7번의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대부분 연방 상원이나 하원의원 선거였는데, 각각의 선거운동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런 경험 덕분에 필자는 감히 선거운동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지만 판세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건 여론조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제로 선거운동 기간 중 언론매체가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만큼 대중에게 파급력이 큰 건 없다. 조사 결과가 일반 유권자가 선거 판세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은 각 후보와 캠프 관계자를 힘들게 한다. 언론의 여론조사에 영향받는 건 언론인, 캠프 후원자, 지지자는 물론이고 반대 진영도 포함된다. 통상 대통령 선거 수준의 대규모 선거가 아니라면, 언론의 (특정 후보를 상대로 하는) 조사 빈도는 수개월에 한 번 정도 이뤄진다.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는 선거운동 기간 막판을 제외하면, 실제 투표 의향까지 반영한 ‘투표 의향자’(Likely Voter) 대신 ‘등록 유권자’(Registered Voter) 명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 선거운동은 일반적으로 2년 주기로 진행되며, 대부분 선거는 짝수 해 11월 치러진다. 선거운동 비용의 10%가 여론조사에 할당된다고 보면 된다. 시장, 주지사, 하원의원, 상원의원 또는 대통령 선거 등 선거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경우에는 초기에 방향을 잡는 목적의 ‘벤치마크 조사’(benchmark poll)를 실시한다. 이 조사를 통해 유권자와 후보자 특성 파악과 선거전략 개발을 위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선거 운동기간의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큰 비용을 투입한다.

후보 캠프에서는 언론과 달리, ‘투표 의향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캠프 내부에서는 실제 표심을 실시간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해당 명단의 수정 및 보완 작업도 진행한다. 내부 여론조사에서 혼란스럽고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 후보 캠프에서는 ‘포커스 그룹’ 조사를 통해 해당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정확한 로드맵과 잠재적 문제를 보여주는 가정 정확한 수단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선거 캠프는 ‘벤치마크 조사’를 통해 마련된 전략을 충실히 따르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23일 인디애나에서 대중 유세를 하고 있다. 인디애나=AP 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23일 인디애나에서 대중 유세를 하고 있다. 인디애나=AP 뉴시스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선거운동 마지막 기간에는 표심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추적 조사’(tracking poll)를 활용하기도 한다. 대선에서는 1일 단위로 추적조사가 진행된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와의 토론에서 참패하고 사퇴 위기에 몰렸을 때, 백악관에서 홍보담당 참모로 활약했던 케이트 베딩필드가 바이든 캠페인에 ‘추적 조사’ 데이터 공개를 주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알려진 바로는, 언론 등을 통해 사퇴 여론이 부각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추적조사에서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후보 캠프의 자체 조사가 언론조사보다 더 정확하지만, 각 후보 진영은 조사 결과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만 공개한다. 한국에서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조사를 미국에서 가장 정확한 조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문가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앤 셀저(Ann Selzer)다. 그는 지역 언론인 ‘디모인 레지스터’에서 아이오와 표심을 조사해 왔는데, 2008년 이후 아이오와주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힌 유일한 인물이다.

정확한 민심 파악을 위해 여론조사 방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관련 오차 문제인데, 올해 2024년 공화당 예비선거 결과를 보면 크게 개선된 점이 엿보인다. 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를 식별하기 위해 ‘학력’ 가중치가 정교해졌고 조사 방법도 유선전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온라인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미국 여론조사 업체의 61%가 조사 방식을 바꿨으며, 세 가지 이상의 인터뷰 방식을 동원한 업체 비중도 2016년 2%에서 2022년에는 17%로 증가했다.

확대되는 미국 남녀의 ‘임신 중지’ 인식

확대되는 미국 남녀의 ‘임신 중지’ 인식

이런 개선점에도 불구, 필자는 미국의 조사기관과 후보 캠프가 여성 유권자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신중지는 표심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다. 2022년 미 대법원 판결로 임신중지 문제는 각 주마다 다르게 대응했는데, 민주당은 임신중지권의 전면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2024년 선거에서도 이 문제를 쟁점화해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7개 주에서 임신중지권에 대한 주민 투표가 실시됐는데,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공화당이 강세인 오하이오, 캔자스, 켄터키에서도 그랬다. 이와 관련, 필자가 주목하는 지역은 핵심 경합주인 애리조나다. 민주당은 11월 선거에서 임신중지 문제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주민 투표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흥미롭게도 기존 여론조사는 앞서 언급한 7개 주의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파괴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도 애리조나에서는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를 평균 2.0%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경우 해리스가 애리조나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여론조사가 (임신중지권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에너지를 포착하지 못한 것은 명백하며, 이번 선거가 끝나면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유권자들의 에너지를 왜 포착하지 못했는지 분석했던 것과 마찬가지인 자성과 분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대체텍스트
폴 공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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