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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CEO들 손가락이 가리킨 종착지... 구영배, 사기·횡령 혐의 검찰청에

입력
2024.09.30 16:33
수정
2024.09.30 16: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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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자금을 미국 업체 인수에 사용
지급 불능 알면서 대금 돌려막은 혐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큐텐그룹 제공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큐텐그룹 제공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정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1세대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경영인으로서 'G마켓 신화'를 일궜던 구 대표는 무리한 사업 확장을 위해 자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30일 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구 대표를 상대로 △티메프의 재무 기능을 그룹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긴 뒤 티메프 자금을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에 임의로 사용(횡령)했는지 △판매대금 지급 불능 등 티메프 재무 상황을 알면서도 돌려막기식으로 입점 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며 계약을 유지하도록(사기) 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그룹 자회사들을 상대로 이런 지시를 직접 내리거나, 지시를 이행하도록 압박했는지도 추궁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전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올해 4월 위시 인수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500억 원 상당을 끌어다 쓰며 판매자들에게 가야 할 정산대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금 확보를 위해 상품권 사업을 하는 티몬에 공격적 할인 판매 등 '역마진 프로모션'을 직접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배경에는 큐텐그룹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이 지금까지 파악한 횡령액은 약 500억 원, 사기 규모는 1조4,000억 원대에 이른다.

구 대표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티메프 자금을 두 회사 대표의 사전 승인 없이 대여·차입한 뒤 일부를 갚지 않거나,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각 자회사로부터 매달 수억 원씩 연간 총 100억 원대 자문료를 지급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렇게 자회사의 자금을 제공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문 서비스 등은 적절히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구 대표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 중이다. 그는 올 7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실질적 자금 운용을 보고받고 있지 않았으며 (재무 상황은) 재무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전무)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 전무는 최근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구 대표에게 판매대금 돌려막기의 위험성과 적자 누적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그 위험성까지 경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9일부터 이틀간 검찰 조사를 받은 '티메프' 두 회사 대표의 손가락 역시 나란히 구 대표를 가리키는 중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두 사람 모두 "구 대표가 자금 운용을 세부적으로 지시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두 사람과 구 대표 간 공범 관계도 의심하며 정확한 책임 범위를 가리는 중이다.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만큼, 구 대표의 검찰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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