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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은 까닭은..."고려아연의 영풍 죽이기가 결정적"

입력
2024.09.27 18:00
수정
2024.09.27 18: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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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첫 단독 기자간담회
"중국에 매각 안 한다...구조조정 없을 것"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이 27일 첫 단독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동안 MBK·영풍 측의 입장은 MBK가 전면에 나서 자본의 논리로 설명했지만 고려아연이 국가기간 산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울산 지역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여론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영풍이 이날 다시 전면에 나서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강성두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영권 분쟁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강 사장은 전날 저녁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입장문을 전하며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데는 고려아연의 '영풍 죽이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표이사 취임 후 2022년, 2023년에 한화 등 국내외 기업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으로 무려 16% 지분을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양사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4월 일방적으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등 영풍의 석포제련소 목줄을 쥐고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또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며 현재의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만약 공개 매수가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되면 울산에 내려가 고려아연 노동조합 분들이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직접 드릴 것"이라고 했다.

강 사장은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입장에서는 대항 공개 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파는 것이지만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려아연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냐"고 되물었다.



고려아연 "영풍이 MBK에 빌려준 3,000억 원 해명해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 1일)을 하루 앞둔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 1일)을 하루 앞둔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반면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이 예고한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영풍 경영진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는 결정이 대표이사 2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비상근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결정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이 MBK에 3,000억 원을 차입해 빌려준 것도 배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지난 5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이 1,37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장형진 고문 개인의 지시에 의해 배임적 성격의 결정을 한 게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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