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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워지지 않는 전공의 공백... 빅5 교수들 "외래 회복했지만 암 수술은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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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는 의정갈등 이전만큼 보게 된 거 같은데, 수술은 대기 환자가 계속 늘어나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병원 교수들 사이에선 '환자를 새로 받으면 뭐 하나, 수술을 못 해주는데'라며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상황입니다."(5대 상급종합병원 소속 외과 교수 A씨)
A교수 일터인 '빅5 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이 전공의 이탈 충격을 딛고 외래 진료부터 점차 정상화하고 있지만, 중증환자 수술에 드리운 의료공백 그늘에선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전공의가 개복, 봉합 등 수술에 따르는 기본적 처치를 도맡아 집도의(교수) 부담을 덜어주는 덕에 교수는 고난도 처치에 집중하고 필요하면 두세 건의 수술을 동시 진행하는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교수가 모든 수술 행위를 일일이 감당해야 해 수술 건수를 예전만큼 회복할 수 없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특히 이들 대형병원에 크게 의존하는 암 수술이 지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암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외래에서 초진 환자의 암을 진단해도 수술을 바로 해주지 못한다는 교수들의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암 수술이 지체되는 이유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수술 관행 때문이다. 그간의 수술은 교수가 가장 중요한 절차만 집도하고 나머지는 전공의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수술이 시작되면 개복 등 기초적 처치를 전공의가 시행하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핵심 과정은 교수가 진행한다. 교수의 역할이 끝나면 봉합 등 마무리 절차도 전공의가 담당한다. 빅5 병원은 이런 시스템 아래 집도의가 2, 3개의 수술방을 오가며 동시에 집도하면서 환자 대기 시간을 줄여왔다.
전공의 이탈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개복부터 봉합까지 행위 일체가 교수의 몫이 된 터라, 수술 시작부터 끝까지 수술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수술방 여러 개를 동시에 열었던 과거에 비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사를 보조하지만, 법적 제약 등으로 전공의처럼 단독으로 수술 일부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빅5 병원 행정관계자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기존 수술량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정갈등 이후 암 수술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이 있었던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5만7,2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8,425명)보다 16.3%가 줄었다. 이 기간 빅5 병원은 암환자 2만532명을 수술했는데, 전년 동기(2만8,924명) 대비 30%가 줄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8월 말까지 평균 85% 수준까지 회복된 이들 병원의 외래 진료 건수와는 대조적이다.
암은 뇌혈관질환과 달리 당장 수술하지 않는다고 사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술 대기가 길어질수록 생존율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22년 국립암센터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 후 30일 이내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5년 사망률이 낮았다.
환자들 불안은 크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수술 연기는 6월에 제일 심했고 지금은 차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공의가 돌아와도 예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암환자 치료가 적기에 이뤄지려면 과도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교수는 "빅5 병원에서 하루에 5, 6건씩 하던 수술을 최소화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암 수술은 지방 대학병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받아도 된다'는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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