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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수송 1차전 스페이스X 승, 보잉 패?… 너무 다른 '투 톱'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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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7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이 발사체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드래건의 좌석 4개 중 2개는 비어 있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발이 묶인 2명의 우주비행사를 '구출'해오기 위해서다.
그들은 지난 6월 5일 미국 항공기업 보잉의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를 타고 ISS에 갔다. 그런데 스타라이너가 지구로 귀환하기 전 추진기 시스템에 사용되는 헬륨가스가 누출되는 바람에 탑승하지 못했다. 단 8일을 머물려던 그들은 4개월 넘게 ISS에 체류 중이다. 스타라이너는 지난달 6일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 화이트샌즈 스페이스 하버에 홀로 착륙했다.
현재 스코어로 보면, 보잉의 굴욕이고 스페이스X의 승리다. 하지만 스타라이너와 드래건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두 기업이 우주산업을 다루는 전략이나 수익 구조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수송 기술이 초기 단계인 만큼 미래의 승자가 누가 될지 점치긴 아직 이르다. 우주수송 테크기업 '투 톱'의 기술과 전략을 분석해봤다.
스페이스X와 보잉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상업용 승무원 우주수송 프로그램(CCP)’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CCP는 미국과 지구 저궤도의 ISS를 오가는 승무원 수송 서비스를 민간기업의 경쟁을 활용해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게 목표다. 미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야 했던 탓도 크지만, 나사의 우주비행사를 ISS에 보내기 위해 경쟁 상대인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에 의존하던 상황도 탈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사는 2014년 9월 CCP 추진을 위한 기업으로 스페이스X와 보잉을 선정하고, 각각 26억 달러와 42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금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 정부는 기업의 독점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한다”며 “CCP에서도 2개 기업을 선택해 경쟁을 유도하고 상호 보완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을 앞세워 상업 시장에서 위성 발사와 유인 우주 임무 등에 집중해왔다. 반면, 1916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주 고객이 나사와 미 국방부다. 정부 외 대규모 계약을 맺고 우주사업을 진행해 왔기에 신뢰성과 전통적인 우주선 운용 방식을 중요시한다. CPP에서 스페이스X와 보잉이 각각 내놓은 유인 우주선도 이 같은 특성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먼저, 우주선 내부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다르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은 기존 조종석에서 보이던 물리적 버튼이나 레버 없이 테슬라 전기차와 같은 터치 스크린을 기반으로 주요 시스템을 통제한다. 제어 장치들이 터치 스크린에 한눈에 펼쳐진 덕분에 조작 직관성이 높아 우주비행사들이 비상 상황에도 빠르게 대처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터치 스크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도 가능하다.
반면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기존 유인 우주선들 방식대로 물리적 버튼과 레버가 결합된 전통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우주비행사들이 과거 훈련받았던 모의 우주선 기체들과 인터페이스가 유사한 만큼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필수 기능은 물리적 버튼을 이용하기 때문에 조작에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크다. △최대 7명의 승무원이 탑승 가능하며 △ISS에 자동으로 도킹하는 기술이 접목됐고 △도킹 후 우주에서 최대 7개월간 머물 수 있는 건 두 우주선의 공통점이다.
두 우주선은 발사체 운용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드래건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만 탑재돼 발사되는 반면, 스타라이너는 팰컨9을 비롯해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조인트 벤처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애틀라스 V', 현재 개발 중인 '벌컨 센타우르' 등에도 실릴 수 있다. 드래건보단 스타라이너가 탑재 호환 가능한 발사체들이 많다는 점에서 제약이 적어 우주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지속하게 해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팰컨9은 재활용 발사체라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발사 후 지구로 돌아와 역추진을 통해 지상에 수직으로 착륙하고, 이후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 반면 스타라이너가 주로 사용하는 애틀라스 V는 일회용 발사체로 설계돼, 발사 후 대기권에서 소각되거나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CCP에서 승무원의 우주비행은 스타라이너보다 드래건이 훨씬 저렴하다. 한번 발사할 때 승무원 좌석당 비용을 따지면 스타라이너가 9,000만 달러인데 비해, 드래건은 그 절반인 5,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착륙 방식도 정반대다. 드래건은 대서양이나 멕시코만 같은 바다에 착륙한 뒤 선박이 우주선을 견인해 승무원들을 구조하는 방식인 반면, 스타라이너는 미국 서부 사막 지역 같은 지상에 착륙해 차량으로 승무원들을 옮긴다. 해상 착륙이 육상 착륙보다 우주선 회수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기술 면에서도 복잡하다. 드래건은 해상에 내려 착륙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쪽을 택했다면, 스타라이너는 육상 착륙을 통한 비용 절감과 신속한 회수 작업에 더욱 많은 비중을 뒀다.
이 연구원은 “어느 게 더 좋은 방식인지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국토 면적이 작고 사막 같은 지역이 없는 한국은 해상 착륙을 택해야 하고, 반대로 러시아는 착륙할 바다가 없어서 그간 육상 착륙만 고수해왔다”고 설명했다.
두 우주선의 운명이 갈리기 시직한 건 시험비행부터다. 드래건은 2019년 3월 첫 번째 무인 시험비행 ‘데모-1’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2020년 1월 ‘비행 중단 시험’도 통과했다. 비행 중단 시험은 우주선 발사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승무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선을 발사체에서 신속하게 분리하는 테스트를 말한다. 드래건은 2020년 5월엔 ISS에 승무원을 보내는 유인 시험비행을 완료했으며, 2011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토에서 승무원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스타라이너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12월 첫 번째 무인 시험비행에 나섰다가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로 실패했고, 3년이 지난 2022년 5월 두 번째 무인 시험비행에서야 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승무원을 직접 수송하려는 시도도 순탄치 않았다. 스타라이너의 유인 우주비행은 2023년 예정돼 있었지만 배선과 낙하산 장비 등의 문제로 연기됐다. 올 5월 처음으로 발사대에 섰는데, 발사 직전 로켓 밸브에 결함이 발견돼 취소됐다. 갖은 고초 끝에 지난 6월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우고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발사돼 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지구 귀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잉이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나사가 스타라이너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우주비행에선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해 대안을 마련해 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타라이너에서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확인된 만큼 미국이 추가 조치를 강구할 거란 전망도 있다. "CPP 기업 선정 당시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가 탈락했던 미국 항공우주회사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의 유인 우주선 ‘드림 체이서’가 보잉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CPP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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