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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목사 '디올백 선물' 직무관련성 인정한 수심위... 복잡해진 檢 셈법

입력
2024.09.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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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7 의견... '김영란법 위반' 혐의 기소 권고
'무혐의' 결론 낸 검찰 수사팀 판단과는 반대
권고적 효력일 뿐... '김 여사' 처분 방향 주목

최재영 목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기다리며 통화하고 있다. 뉴스1

최재영 목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기다리며 통화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 검찰 외부 위원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한 최 목사의 선물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검찰 수사팀 결론과 달리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권고적 효력에 불과하지만 검찰 외부 위원들이 수사팀과 결이 다른 결론을 내놓으면서, 기존 결론을 그대로 밀어붙일지 검찰 수사팀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고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심의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 처분'을 의결·권고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해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나온 결론이었다. 위원 15명 중 8명은 '기소 권고'에, 7명은 '불기소 권고'에 표를 던지는 등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수심위는 최 목사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위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불기소 처분'을, 주거침입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만장일치로 역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쟁점은 최 목사가 건넨 명품가방 등 선물들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였다. 최 목사를 대신해 수심위에 출석한 법률대리인 류재율 변호사는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며 "최 목사와 김 여사를 함께 처벌해 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6~9월 순차적으로 건넨 △샤넬 향수 및 화장품 세트 △양주 및 전통주 △명품가방 등은 ①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 접견 ②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③통일TV 송출 재개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목적이 있는 금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목사 측은 영상과 녹음 파일 등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추가 증거를 수심위에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최 목사를 처벌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불기소 잠정 결론을 낸 김 여사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당 금품이 '감사 표시' 내지는 '접견 수단'에 불과하고, 청탁 내용도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을 건넨 공여자를 처벌하려면 금품 제공이 해당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어 김 여사는 물론 최 목사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검찰 외부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최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금품 제공 당사자가 청탁의 의도를 자백하고 있는 데다, 대법원 판례 등이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직무 범위,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심위는 토론을 거쳤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표결 끝에 회의 개최 후 8시간 30분여 만에 최 목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오후 2시 개의한 수심위는 검찰 측부터 불러 입장 설명을 들었고, 최 목사 측 설명을 들은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다시 불러 추가로 질의하는 등 긴 시간 회의를 이어갔다. 류 변호사는 이날 수심위장에서 나오며 "모든 위원이 질의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며 "어떤 내용의 청탁을 해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양측 모두 무혐의로 의견이 같았다고 한다.

수심위는 '권고' 효력뿐... 공은 다시 검찰에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2일 체코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2일 체코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수심위가 최 목사의 기소를 권고하면서 수사팀의 셈법은 다소 복잡해졌다. 최 목사 사건과 맞닿아 있는 김 여사 사건 처분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 목사 수심위에 앞서 개최된 김 여사 수심위가 직무관련성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는 '직무관련성'에 더해 대가성까지 갖춰야 해,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명품을 받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공개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처분은 검찰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심위 결론과 무관하게 기존 검찰 수사팀의 결론대로 사건을 처분할 것으로 관측한다. 수심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가질 뿐 검찰이 심의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검찰은 수심위가 수사팀과 달리 판단한 8건(결과 공개 사건 기준) 가운데 4건에서 수심위 의결과 다른 처분을 했다. 게다가 청탁금지법엔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심위 결과에 대해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강지수 기자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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