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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결국 헤즈볼라와 전면전 수순... “레바논 800곳 폭격·274명 사망”

입력
2024.09.24 01:30
수정
2024.09.24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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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또 전쟁 초읽기... 중동 정세 다시 격랑
2006년 전쟁 이후 레바논서 하루 최다 인명 피해
네타냐후 "위협 선제 제압해 힘의 균형 바꾸겠다"
헤즈볼라, 로켓 165발 발사로 대응... 이란도 변수

23일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노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800여 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27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티레=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노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800여 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27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티레=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결국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사실상 전면전 수순에 돌입했다.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내 800여 곳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최소 274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산발적 공격을 주고받은 뒤, 레바논에서 발생한 하루 최다 인명 피해다. 2006년 전쟁을 치른 양측이 18년 만에 다시 전면전에 나설 경우, 이란의 본격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동 정세는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 "안보 위해 필요하면 뭐든지 할 것"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레바논 남부와 동부의 군사 시설 등 800여 곳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목표물을 타격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어린이 21명 등 최소 274명이 사망했고, 1,02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튿날부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산발적 교전을 벌여 왔는데, 이 과정에서 숨진 레바논인은 민간인 100명을 포함해 600명 정도였다. 이날 하루에만 1년치 사망자 수의 3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NYT는 “2006년 레바논 이스라엘 전쟁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레바논 측 최다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레바논 폭격은 ‘전면전 선언’으로 해석된다.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현재 레바논 남부 지역에 광범위한 정밀 폭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습에 앞서 IDF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 헤즈볼라 군사 시설 소재 지역 주민들에게 ‘즉시 대피하라’고 경고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영상도 게시했다. 조만간 IDF 지상군 투입이 뒤따를 것이라는 외신 분석도 나오고 있다. TOI는 이날을 “전쟁 첫날(War 1st)”라고 표현했다.

2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교외 지역의 건물과 차량이 처참한 모습으로 파괴돼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2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교외 지역의 건물과 차량이 처참한 모습으로 파괴돼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헤즈볼라, '고강도 대응'으로 전략 수정 압박 받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회의에서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들(헤즈볼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협을 선제 제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 18일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개시를 앞두고 통신망을 무력화하려 했던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이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관건은 헤즈볼라의 대응이다.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로켓은 총 165발이라고 TOI가 전했다. IDF의 공습 이후에도 이스라엘 북부 군사기지 두 곳에 로켓 수십 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보복’의 규모로는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헤즈볼라 내에서도 나올 공산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대(對)이스라엘 대응 전략을 더 강도 높은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안팎에서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핵심 인사인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지난해 10월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핵심 인사인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지난해 10월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의 미친 짓"... 이란, 보복 조치 취할까

이란의 움직임도 변수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레바논으로 시온주의자의 범죄가 확장하는 것은 지역 및 국제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말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 아직까지 이스라엘에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란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스라엘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IDF의 공격을 1년 가까이 버티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보다 월등하다. 3만~5만 명의 예비군과 12만~20만 발의 로켓·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돼 '세계에서 가장 잘 무장된 비국가 행위자'로 불린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서 명확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년 전쟁은 사실상 헤즈볼라의 승리로 끝나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김나연 기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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