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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진 신진서…복잡해진 ‘제47기 명인전’, 우승컵은?

입력
2024.09.23 18:28
수정
2024.09.23 18:39

천적 관계였던 변상일 9단에 패…패자조 밀려
승자조 결승, 박정환 9단 vs 변상일 9단 압축
패자조 밀려난 신 9단, 회생 여부에 ‘촉각’

신진서(왼쪽) 9단이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4강전에서 변상일 9단에게 패배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신진서(왼쪽) 9단이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4강전에서 변상일 9단에게 패배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예측이 빗나가긴 일쑤다. 압도적인 상대 전적만으로 승리를 낙관하기엔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단 얘기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짜인 스포츠에선 더더욱 그렇다. ‘정글의 법칙’으로 점철된 반상(盤上)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24) 9단이 중요한 길목에서 미끄러진 사례 또한 유사한 시나리오다.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바둑 기전인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4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신 9단이 변상일(27·9월 국내 랭킹 4위) 9단에게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신 9단은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변 9단과 가진 ‘제47기 명인전’ 4강전 맞대결에서 185수 만에 무릎을 꿇었다. 초, 중반부터 유리하게 확보했던 주도권을 종반에 들어서면서 강력한 버팀 전략으로 나선 변 9단에게 패한 것. 마지막 종국에선 옥쇄까지 각오한 신 9단의 반상 중앙의 흔들기 전술조차 무위로 돌아갔다.

사실, 대국에 앞서 점쳐진 예측은 신 9단에게 유리하게 흘렀다. ‘제46기 명인전’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신 9단의 기세가 워낙 무서웠던 탓이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1무로 무패를 달려왔던 데다 변 9단과 상대 전적에서도 37승8패(승률 82.2%)로, 사실상 ‘천적’ 관계였던 탓이다. 올해 상반기에 3개(LG배·춘란배·응씨배)의 세계 메이저 본선 탈락에 이어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우승상금 1억 원) 결승에서도 대만의 무명인 라이쥔푸(22) 8단에게 패하면서 우려를 자아냈지만 지난달엔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약 3억4,000만 원) 우승에 이어 국내 기전인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우승상금 7,000만 원) 타이틀까지 수집,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에 맞선 변 9단의 승부욕도 상당했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승률 80%)로, 컨디션을 조절한 변 9단은 이날 신 9단에게 대국 도중 불리했던 상황에서도 장기전까지 불사한 끈질길 전략으로 임했던 게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한 모양새였다. 이날 대국을 생중계한 안형준(35) 5단은 “신 9단과 오늘 벌인 대국만 살펴본다면 확실하게 변 9단의 ‘마인드 컨트롤’ 부분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신 9단과 절대적인 열세인 상대 전적을 의식하기보단 긍정적인 마음 자세로 맞대결에 나서면서 막판 역전까지 성공할 수 있었단 분석이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제47기 명인전’ 승자조 결승은 변 9단과 박정환(31·2위) 9단으로 압축됐다.

한편, 명인전은 ‘패자부활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열한 예선을 통해 생존한 12명의 본선 진출자와 전기 우승자 및 준우승자, 2명의 후원사 시드배정 등으로 압축된 총 16명의 맞대결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패한 선수들은 ‘패자조’로 후진, 그들만의 별도 리그를 통해 승자조 결승 진출자와 명인전 최종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진검승부(3번기·3판2선승제)에 나선다. 이날 변 9단에게 패하면서 패자조로 밀려난 신 9단도 연승으로 부활할 경우, 다시 한번 ‘제47기 명인전’ 타이틀 획득까지 넘볼 수 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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