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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양보' 덕에 추석 대란 피했지만... 아슬아슬 위기는 현재진행형

입력
2024.09.18 19:20
수정
2024.09.18 21: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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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경증환자 응급실 방문 30% 급감
당직 의료기관은 직전 명절의 2배 이상
총리·복지장관 "국민들 덕분에 환자 분산"
조기분만·수지접합 등 '뺑뺑이 위기' 속출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내원이 크게 줄고 휴일에 문을 연 의료기관이 늘어나는 등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해준 덕에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기 분만이 임박한 임신부, 심혈관 시술이나 수지접합 같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등 위기 상황이 속출했다. 정부의 호언과 달리 응급실 전담의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중증응급환자 배후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의 응급실 양보 덕에 의료붕괴 피해"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브리핑을 열고 전날까지 연휴 나흘간(14~17일)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과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중증과 경증 모두에서 줄었지만, 특히 경증환자는 직전 명절 연휴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고 복지부는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응급실 이용을 양보하는 국민 여러분의 높은 시민의식 덕에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 회의에서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와 의료진 종사자의 헌신, 무엇보다도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휴에 문을 연 병원·약국이 늘어난 것도 환자 분산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중증응급 환자는 응급실로, 경증환자는 당직 병의원을 우선적으로 찾으면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됐다는 것이다. 실제 14~17일 문을 연 의료기관(응급실·병의원·약국)은 하루 평균 9,781곳으로 정부 계획(8,954곳)을 웃돌았다. 조 장관은 "지난해 추석 5,020개소 대비 95%, 올해 설 3,666개소 대비 167%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전국 411개 응급실은 3곳을 제외하고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 15일에 주간 운영만 했고, 건국대 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내부 사정으로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지역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에 차질은 없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매일 아슬아슬한 응급의료 현장

그럼에도 연휴 기간 응급의료 현장에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줄을 이었다. 본보를 포함한 언론 보도 사례만 따져봐도 △14일 충북 청주시에서 양수가 유출된 25주 임신부가 75개 병원에서 수용 거부된 끝에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은 경우 △15일 서울에서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 남성이 시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즉각 처치를 받지 못하고 전원된 경우 △15일 광주에서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된 50대 남성이 광주권에서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고 2시간 만에 전주에서 접합수술을 받은 경우 △16일 대전에서 복부를 자해한 60대 남성이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4시간 만에 충남 천안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 등이 있었다.

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의사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며 이들 사례를 하나씩 언급하며 해명했다. 청주 임신부 사례에 대해선 "25주 이내 조기 분만은 전국적으로 가능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광주 사례에는 "평시에도 수지접합수술은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시도를 넘어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대전 사례는 환자가 술에 취해 있어 의료진 인계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고위험 산모 진료, 수지접합 수술 지체는 필수·지역의료 부족에서 비롯한 고질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응급의료 건전성 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17일 기준 1,856명으로, 지난해 4분기 2,300여 명에 비해 400명 이상 줄었다. 전공의 대거 이탈과 그로 인한 전담의 피로 누적 여파인데 당장 인력 보충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180개 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중증응급질환 27종을 진료할 수 있는 기관은 연휴 기간 87~92곳으로 연휴 전인 이달 첫째주 평일 평균(99곳)보다 감소했다. 응급실 운영 병원의 필수의료 역량과 직결된 이 수치는 최근 평시(109곳)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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