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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응급실 대란 없었다지만… '뺑뺑이' 여전, 암 환자도 36시간 '무한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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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부러진 채 3일 연휴 내내 병원만 돌고 있어요."
1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만난 김모(77)씨는 팔에 임시 부목을 댄 아내를 부축하던 중 지친 목소리로 토로했다. 아내는 파킨슨병을 앓아 평소 낙상사고가 잦은데 사흘 전 팔뼈가 부러졌다. 그러나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골절 수술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고령에, 만성질환자인데 뼈는 언제 붙이느냐"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날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설 연휴와 비교해 경증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20% 줄었고, 문을 연 병의원도 예상보다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5~18일 나흘간 지켜본 3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세브란스병원,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종로구 서울대병원) 현장은 정부 진단과 달리 매 순간순간이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추석 연휴 내내 서울 주요 종합병원 응급실 앞은 병상이 있는지 수소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세균성장염을 앓는 딸을 데리고 16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임모(57)씨는 치료가 어렵다는 답에 익숙하다는 듯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임씨는 "어제부터 전화를 돌렸는데 7곳의 응급실이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딸이 혈변까지 보는 등 증상이 악화됐는데 어쩌면 좋냐"고 울먹였다. 나무에 눈을 베여 피를 흘리던 70대 피모씨도 "경기 가평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안과 의사가 없다며 응급 처치도 없이 돌아가라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박모(65)씨는 지난 15일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 남편을 데리고 자택 인근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했지만 "의료 인력이 부족해 받을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1시간 만에 겨우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기도삽관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박씨는 "중증환자까지 진료 거부를 당할 줄 몰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응급실에 들어간다 해도 그 뒤로 '무한 대기'가 이어졌다. 17일 오전 8시쯤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보호자 10여 명이 쪽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 곁엔 작은 캐리어와 여행용 보랭가방이 놓여있었다. 기다림이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챙겨온 물품들이었다. 이틀째 대기 중이라는 안유정(42)씨의 경우 췌장암 환자인 어머니가 고열에 시달리는 데도 병동 입원은커녕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도 시행하지 못했다. 응급실 베드가 부족해 수액, 수혈 처치도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받았다. 안씨 어머니는 혈소판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병세가 악화되고 나서야 병상을 지정받았다. 응급실 도착 36시간 만이었다.
받아 주는 병원을 찾기까지 환자와 보호자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병원 간 이동, 전화 뺑뺑이도 여전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구급대원은 "이송 전 최소 5, 6군데는 전화를 돌려야 받아준다는 곳이 겨우 나온다"며 "그나마도 치료가 안 되는 과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급차로 가면 오히려 진료 거부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듣고 자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구급차로 가면 안 받아준다니 직접 운전해 의식 없는 장모님을 모시고 왔다"고 했다.
경증 환자 치료를 맡은 동네 병의원 상황도 심각했다. 경기 이천에 거주하는 박창영(37)씨는 16일 8개월 된 아기가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소아과 현장 접수를 위해 오전 6시부터 줄을 섰는데 대기 인원이 140명이나 됐다. 진단받은 '요로감염'은 입원 항생 치료가 필수라, 박씨는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업고 또 수도권 대형병원을 돌며 병상을 수소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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