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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훔쳐 먹는 이민자"... 해리스 미끼 물고 막말 못 참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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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 미국인의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막말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굶주린) 이주민이 미국인의 개와 고양이를 먹고 있다"는 엽기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많은 유권자가 지켜본 TV 토론에서 극단적 혐오 발언과 허위 주장을 내뱉자 미국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중도층 이탈을 우려했던 트럼프 대선캠프에선 낭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주민 반려동물 취식' 주장은 이미 정부 기관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 '거짓 의혹'이었다. 의혹 진원지는 공화당 친(親)트럼프 인사들로, 이들은 최근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 출신 이주민이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미국인들의 반려동물을 훔쳐 먹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역 당국이 10일 성명까지 내면서 "관련 신고나 보고가 들어온 적 없다"고 일축했는데, 성명 발표 직후 실시된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억지 주장을 또다시 반복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회자가 나서서 "스프링필드시(市) 당국자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고 트럼프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많은 사람들이 TV에서 자신의 개를 도둑맞았다고 말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NYT는 "거짓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 막말 직후 크게 웃으며 "극단적이다"라고 일갈했다.
트럼프의 막말과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임신중절(낙태) 관련 토론에서도 "아기가 태어난 뒤에 죽이는 주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후 살해'라는 극단적 예시를 통해 공화당 측 낙태권 제한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NYT는 "'영아 살해'는 모든 주에서 불법"이라며 "미국 내 낙태 93%가 임신 13주 이전에 이뤄지며, 30주 이후 낙태는 한 건도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 도중 "민주당이 불법 이주민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 발언 또한 근거가 없다고 NYT는 덧붙였다.
사실 이날 트럼프 폭언은 해리스가 전략적으로 자극해 끌어낸 면도 크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가 특유의 거친 표현을 쏟아내 중도층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하려는 토론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의 '이주민 막말' 직전 해리스는 '트럼프의 이주민 관련 발언이 너무 허황돼서 그의 유세에 참석했던 지지자들이 지쳐 도망간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평소 유세장 군중 수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노림수였다. 이 발언 직후 트럼프는 "내 유세는 미 정치 역사상 가장 멋지다"며 흥분했고, 이어 문제의 '이민자 반려동물 취식' 발언을 쏟아냈다.
몇 분 뒤 외교안보 관련 토론 중 해리스가 "내가 만났던 세계 군사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수치스럽다고 말했다"고 비꼬자, 트럼프는 뜬금없이 "바이든(대통령)은 해리스를 견딜 수 없이 싫어한다"고 폭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토론 행태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해리스의 미끼를 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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