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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기준' 내놓은 은행권… 전담팀 만들고, 심사 사례 공유

입력
2024.09.10 17:30
수정
2024.09.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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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우리 '예외 조건' 설명 배포
'주택 갈아타기' 풀고, 결혼 예정자 등 허용
"더 센 개입" 언급했던 이복현 "은행 자율적"

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들이 일제히 '예외 허용 조건'을 발표했다.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보완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내부에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설치하고 심사 사례도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10일 신한은행은 1주택 소유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부터 신규 구입 목적의 무주택 가구에만 주담대를 취급하면서 1주택자의 처분 조건부 주담대까지 막겠다고 예고했는데, '주택 갈아타기'는 풀어주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맺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보유 주택의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이라면 1억 원 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용대출은 원칙적으로 최대 연 소득만큼 내주지만 본인 결혼이나 가족 사망, 자녀 출산, 의료비 등 경우엔 연 소득의 최대 150%(1억 원 이내) 범위 안에서 초과 대출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 외 다른 실수요자 사례는 담당 부서에 설치된 '전담팀'을 통해 추가 조치할 예정이다.

이날 KB국민은행도 실수요자 혼선을 막기 위해 '대출 제한 예외조건'을 재차 안내하는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와 결혼 예정자(본인 외 부모 등 세대 구성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 2년 이내 주택 일부 또는 전부를 상속받은 경우는 1주택 소유 세대라도 수도권에서 신규 구입 목적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이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는 연간 1억 원 한도를 넘어도 취급하고,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한 조치도 10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실수요자 심사 전담반' 주도로 기준을 계속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도 1주택 실수요자 보호 조치와 전담팀 신설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수도권에서 전세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주택 보유자의 이 지역 추가 주택 구입 자금 취급을 중단했는데, 시행 하루 전 안내 자료를 내고 결혼 예정자나 2년 이내 주택 상속자라면 1주택 세대 가구원이라 할지라도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가능하다고 예외 요건을 명확히 했다. 직장 변경·자녀 교육·이혼 등 유주택자 수도권 전세대출 허용 조건도 제시했다.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누구를 실수요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은행별 기준이 상이한 만큼 대출자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비거주지역 주택을 상속받은 1주택 소유자가 수도권에 집을 사는 경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선 상속결정문을 내고 주담대를 받을 수 있지만, 신한은행에선 대출받기 어렵다. 금융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시중은행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수요 구분 관련 심사 사례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공유 및 보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일률적인 기준을 제공하기보다 은행권이 자율적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가계대출 관리 방안 논의를 위해 국내 18개 은행 은행장을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정 차주군에 대해 모든 은행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은행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해 달라"며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출을 억제하면서 운영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층 물러난 것이다.

강유빈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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