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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외화벌이? 건설 노동자?…김정은의 북한군 활용법[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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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북한 노동신문이나 대북 전문매체 등을 통해 드러난 북한군의 역할은 꽤나 다채롭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쓰레기 풍선 제작 및 살포, 북러 정상회담 김일성광장 도열 등 대외 과시용 이벤트에 동원되는가 하면, 혹서기 수해복구 등 갑작스런 재난 현장 지원 및 복구에도 전방위 투입되기도 합니다. 남한과 경계 지역에서는 지뢰 매설 및 도로 구축, 대전차 방벽 설치 등에 투입되고, 중국과 접경지에선 탈북을 막기 위한 경계병으로서 역할도 뚜렷합니다. 과히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이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열악한 처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 줄어든 해외 물자 보급에 부대 내에서는 식량난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 5월 기자가 만난 군사분계선(MDL) 인근 우리 군부대원들은, 북한군 여러 명이 고라니를 잡기 위해 지뢰 매설 지역을 뛰어다닌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사냥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압록강 주변 부대 내부 지침으로 보이는 문건에서는 식량으로 쓸 돼지에게 먹일 사료마저 부족한 실태가 전해지기도 했고, 배고픈 이들의 일상화된 폭력, 군 기강이 뿌리째 흔들리는 분위기까지 엿보였죠.
내년 국방 예산 60조 원 시대를 예고하는 등 병사 봉급을 높이고, 간부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처우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기도 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남북한 모두 군 사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양쪽이 아주 다른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처우 개선이나 통신장비 반입 등 군 사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북한은 복지에 신경 쓰지만, 북한은 경계근무 강화와 더불어 실수가 있을 때마다 강도 높은 감찰에 나서는 등 군 사기를 되레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전문가들은 지난달 20일 벌어진 북한군 귀순을 이 같은 북한군 내 위기감의 결정판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날 새벽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작전지역에서 귀순한 북한군 계급은 하사로, MDL을 걸어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지역은 북한군이 지뢰 매설에 열중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지형과 지뢰 매설 위치 등을 잘 아는 간부가 귀순했을 거라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양 교수는 “북한군들의 피로가 누적돼 내려온(귀순한) 상황은 맞는 것 같다”고 봤고, 통일부 당국자도 “국경을 걸어서 귀순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면 접경지역에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봤습니다. 북한군은 귀순하고, 이를 유도한 우리 장병은 한 달간 포상휴가를 받은 모습은 양쪽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병사 활용법’은 한층 폭넓어질 듯합니다. 예컨대 중국에서 막히기 시작한 외화벌이 창구를 키우기 위해 러시아에 ‘유학생 위장’ 노동자들을 편법 파견하는 정황을 우리 정보 당국이 포착했다고 합니다. 유학생 신분으로 둔갑할 이들의 상당수가 북한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북한군이 생산력 높은 연령층인 데다, 사상적 무장도 잘 돼있어 해외에서 일탈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노동자나 유학생에 대한 내부 관리 차원에서도 북한군 상당수를 유학생 신분으로 바꿔 러시아에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북한이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요구한 북한 노동자 수용 인원은 약 15만 명 수준에 달합니다. 앞서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 파견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양국 간 인적 물적 교류 확대는 물론이고 무기 개발 및 거래 등을 골자로 한 방위산업 교류까지 이어질 경우 증가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유학생 겸 노동자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는 수해 복구입니다. 최근 대북전문매체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여름 집중호우에 따른 사망자가 자강도에서만 3,500명 정도 나오고 강계시 군수공장 건물 등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로나 건축물이 망가지는 피해 또한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를 복구하는 데 가장 많이 투입될 집단은 어디일까요? 바로 군부대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 ‘군인의 노동자화(化)’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북한군의 피로도는 향후 몇 년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수해 피해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대내외 보도를 통해) 인정하고 있는 대목”이라며 “향후 군인과 청년 등 가용한 인원은 다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악조건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지뢰 매설 등으로 접경지 탈북과 귀순도 막아야 하고, 대홍수 피해 복구도 해야 하고, 해외로 나가 돈도 벌어와야 하고, 쓰레기 풍선도 날려야 하는 군인들에 대한 ‘멘털 관리’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 결속을 위한 큰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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