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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백지화되나"... 수시 원서 넣는 수험생 난리

입력
2024.09.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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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의대 정원 68% 수시 원서 접수 시작
"정시냐 수시냐" "취소되면 어쩌나" 우려
교육부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는 불가"

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공백을 수습하려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의사계가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입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의대 신입생의 70%가량을 뽑는 수시모집이 9일 원서 접수와 함께 시작된지라 "내년 의대 정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단언에도 의대 지망생들은 입학정원이 중도에 축소돼 진로에 일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의대 증원 백지화되나”

9일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혹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취소될 수도 있나요” “의대 모집 정지되면 어떻게 하나” “의대 증원 백지화 or 500명 안팎 물러섬 or 3월까지 버티기” “의대 증원 백지화하면 수시 지원하면 안 되나요” 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수험생은 “연세대 공대 다니고 있는데 의대 가려고 2학기 등록도 안 했다”라며 “의대 증원이 백지화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지 수시를 넣어보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내년 의대 정원을 올해(3,113명)보다 1,497명 늘린 4,610명으로 증원하는 대입 모집 요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39개 의대는 9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을 통해 내년도 정원 4,610명 중 67.6%(3,118명)를 선발한다. 특히 지역인재 선발 확대 방침에 따라 비수도권 26개 의대는 수시 지역인재전형으로 1,549명을 뽑는다. 의대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1,913명)의 81%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셈이다.

수시모집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을 중심으로 의대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도 많다.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졸업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거 도전할 것으로 전망돼 재학생들은 수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고3 학생은 “의대 증원으로 재학생은 정시가 불리하다는 전망이 많아 수시로 의대에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정원이 늘어나는 수도권 의대가 유리한지 (정원이 동결된)서울에 있는 의대에 지원해도 괜찮은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 변수에 따라 올해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수시 원서 접수 직전까지 수능 N수생 유입 규모, 원서 접수 경쟁률 변화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못 바꿔”

9일 서울 시내 한 입시 학원 전경. 연합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입시 학원 전경. 연합뉴스

수험생 혼란을 키우는 건 의대 증원 정책을 아예 내년부터 되돌리려는 의사계의 총공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방침을 유예하거나 백지화해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1990년대 한의대 집단유급 사태로 이듬해 정원이 감축된 사례 등을 들며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며 혼란 수습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됐기 때문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검토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수시 일정을 연기하거나 모집 인원을 변경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줄소송이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대 정원 변경 등 대입 전형 기본사항은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의대 정원 변경 절차를 밟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교육부는 설명한다.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하려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의대 정원을 다시 정하고 대학별 배정을 마쳐야 한다. 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의를 거쳐 각 대학으로부터 수정된 시행계획을 다시 받아 대학별 모집요강을 다시 발표해야 한다.

설령 의대 정원을 전격 변경해 수시모집 일정을 연기하더라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공산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험생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에는 교육부도 열린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협의체 결정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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