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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ITV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는 2000년 영국방송협회가 선정한 ‘100대 영국 방송 프로그램’ 중 23위를 차지한 인기 오락물이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이들이 단계별로 점점 어려워지는 4지선다형 문제 총 15개를 맞혀가는 형식. 1문항만 맞히고 탈락하면 100파운드, 10문항을 맞히면 3만2,000파운드, 모두 다 맞히면 100만 파운드(약 17억6,000만 원)를 받게 된다. 1998년 첫 방송 이래 지금까지 단 7명이 최종단계까지 통과했고 그중 6명이 상금을 탔다. 나머지 한 명, 현역 육군 소령이던 찰스 잉그럼(Charles Ingram, 1963~)은 상금이 아니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1년 9월 9일 일어난 그 '희대의 방송 사기극'으로 프로그램은 더 유명해졌다.
방송 중 잉그럼은 여러 차례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6, 7단계에서 2번의 ‘찬스’(오답 3개 중 2개를 지워 정답 확률을 50%로 올리는 것)를 모두 소진한 그는 훨씬 난도가 높은 나머지 8문항을 모두 ‘찍어서’ 맞혔다. 거액의 상금을 두고 0.000015%의 확률의 미로를 헤쳐 나가면서도 그는 미심쩍게 단호했다. 예컨대 ‘숫자 1 뒤에 0이 100개 붙는 숫자 단위’를 묻는 마지막 문항에서는 처음 듣는 말이라며 제쳐두다시피 했던 정답(googol)을 최종 선택했다.
제작진은 기침소리를 의심했다. 그는 혼잣말로 보기를 차례로 읊곤 했고, 정답이 언급될 때마다 방청석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는 것. 검찰은 총 192차례 기침 중 19번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 재판 끝에 그는 아내 등 공범 2명과 함께 2003년 유죄 평결을 받고 2년 집행유예(18개월형)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들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벌금만 감액받았고 잉그럼은 군에서도 강제전역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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