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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응급환자 배후진료 가능 병원 급감… 정부 "큰 병 같거든 119 불러라" 모호한 지침만

입력
2024.09.06 18:00
수정
2024.09.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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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중증응급질환 진료 가능한 응급의료센터
전날 기준 180곳 중 88곳... 하루 새 14곳 감소
"응급실 붕괴 시 배후진료도 무너진다" 위기감
정부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를" 거듭 당부

응급실 대란 우려가 곳곳에서 커지며 수도권 응급실도 축소 운영되고 있는 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응급실 대란 우려가 곳곳에서 커지며 수도권 응급실도 축소 운영되고 있는 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응급실 대란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배후진료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배후진료는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환자에 대한 후속 진료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필수의료 진료과가 담당하는 배후진료 약화는 응급실의 응급환자 대응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통해 전국 응급의료센터 409곳 중 405곳이 24시간 진료 중이라고 밝혔다. 건국대충주병원·강원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이대목동병원은 응급실 운영이 부분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응급실 중증환자의 배후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180개 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심근경색·뇌출혈·응급분만 등 27개 중증응급질환별 진료가능 기관은 전날 기준 평균 88곳으로 하루 만에 14곳 줄었다. 평시(109곳)와 비교하면 21곳이 적다. 구체적으로 복부 대동맥응급수술이 가능한 응급센터는 평시 83곳에서 66곳으로, 산부인과 응급분만이 가능한 곳은 96곳에서 80곳으로 줄었다.

응급의료와 배후진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 배후진료가 붕괴되면 응급실이 환자 내원을 더욱 제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배후진료과로 직접 몰려드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정부는 응급실 과부하를 막기 위해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큰 병이라고 생각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그날 "119는 중증도에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추석연휴 전후로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재의 50~60%에서 90%로 인상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를 기준으로 환자 스스로 경증과 중증을 판단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을 두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119구급대원도 헛갈리는 것이 중증도 판단"이라며 "응급실을 대신할 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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