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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60만여 명에게 뇌졸중 생기는데…16%만 재개통술 받아

입력
2024.09.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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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손·발·시선’ 등 4가지 대표 증상 기억해야


뇌경색은 발생 후 4.5시간 이내 정맥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해 혈류를 재개통해야 치료가 가능하지만 제때 치료받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뇌경색은 발생 후 4.5시간 이내 정맥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해 혈류를 재개통해야 치료가 가능하지만 제때 치료받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腦卒中·stroke)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80%), 터지는(뇌출혈·20%) 뇌혈관 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 예후(치료 경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응급 질환이다.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 최근 5년간 20% 이상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얼마 전 밝힌 최근 5년간(2018∼2022년) 뇌혈관 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이나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7만1,534명이었다. 이는 2018년 96만7,311명에서 21.1%(연평균 4.9%)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뇌졸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난해 63만4,177명이 진료를 받았다. 환자가 2018년보다 7.1%(연평균 1.7%) 늘었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 가운데 재개통술을 받은 이는 10년 전과 같은 16% 정도에 그치고 있다.

◇뇌경색, 뇌졸중 80% 차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터진(뇌출혈)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다. 전체 뇌졸중 가운데 80%는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 20%는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뇌 내 출혈, 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이다.

뇌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 뇌혈관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에너지와 산소로 살아간다. 뇌 혈류를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힌다면 뇌세포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뇌 혈류가 끊기면 뇌세포는 1분에 200만 개씩 손상된다. 따라서 막힌 뇌혈관을 빨리 뚫는 것(재개통)이 뇌경색으로 인한 뇌 손상과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책이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에 필수적인 초급성기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 정맥 안에 약을 투여하는 ‘혈전용해술’과 뇌동맥이 막혔을 때 시행하는 ‘혈전제거술’”이라고 했다.

혈전제거술은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 시행하지만 뇌 영상에 따라 24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혈전용해술을 시행하면 20~30%의 좋은 예후(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전제거술로는 환자의 50% 이상이 3개월 정도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이들 두 가지 치료를 빨리 시행할수록 예후가 2배 이상 좋으므로 증상이 생기면 즉시 치료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은 ‘이웃·손·발·시선’ 등 4가지다. ①‘이웃’은 이~ 하고 웃지 못하는 것이며, 즉 안면 마비다. ②‘손’은 편측마비를 뜻하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위약감)이다. ③‘발’은 발음이 어눌한 발음장애와 대화를 할 수 없는 실어증이다. ④‘시선’은 안구 편위를 뜻하며 양쪽 안구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이 밖에 심한 어지럼증·자세 불균형·감각 저하·복시(複視)·의식 저하 등도 뇌졸중 증상일 수 있기에 이런 증상이 생기면 119로 전화해 뇌졸중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환자 중 16%만 재개통술 치료받아

뇌졸중 환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팩트 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뇌경색 환자 가운데 증상 발생 후 3시간 30분 안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26.2%에 그쳤다. 4명 중 3명꼴로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뇌경색을 앓은 뒤 85%가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뇌경색 환자 중 재개통 치료(정맥 내 혈전용해술, 동맥 내 혈전제거술, 병합 시술 등 혈관을 막은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는 16%에 불과했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과거 10년간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가 증가했지만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받은 환자는 오히려 줄면서 재개통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 비율은 16%로 10년 전과 다름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달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도가 높고 위중 환자를 전문 진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반 병상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한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게 대한뇌졸중학회의 입장이다.

김경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급성 뇌졸중 중 80%는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환자 분류 체계에서 두통·알레르기·두드러기 등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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