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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의 연정(聯政)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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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금의 극단적인 진영 간 대결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10년 전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정치 실험이 떠오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지사에 당선된 그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야당 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정무부지사)로 임명했다.
사회통합부지사는 그저 야당의 의견을 전달하고 정책 자문을 하는 상징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경기도 보건복지국, 환경국, 여성가족국의 인사·예산권을 갖고 실질적인 업무를 관장했다. 또한 여야 양당은 20개의 정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치사의 획기적인 실험으로 주목받은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연정(聯政)이었다.
협치를 명분으로 특정 야당 인사를 장관 등 요직에 등용하려 할 때 불거진 ‘사람 빼가기’, ‘정치 공작’ 논란도 없었다. 남 전 지사의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경기도의회 야당 의원들의 경선 투표로 선출된 인물이 부지사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연정을 통해 야당은 학교무상급식과 청년에게 목돈을 만들어주는 ‘일하는 청년 통장’ 사업 등을 시행할 수 있었고, 남 전 지사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 등 공약 사업을 야당의 반대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
물론 연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대권 주자였던 남경필의 ‘치적쌓기’용이며, 여소야대 구도의 도의회 상황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3년 6개월의 연정 기간 동안 경기도의 여야 갈등은 눈에 띄게 줄었고, 경기도정은 ‘생산적’이었다. 당시 부지사로 연정에 참여했던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이 시대정신에 맞는 진보정책을 요구하면 남 지사가 받아줬고, 여당이 보수 입장에서 관철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면 우리도 고민하면서 동의해줬다”고 했다.
연정까진 아니지만 2020년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이 민주당 출신 홍의락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에 임명한 것이다. 당시 야당(미래통합당) 소속이었던 권 시장은 홍 부시장 임명을 통해 민주당이 장악한 중앙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기대했다.
두 정치인이 양당 대결 구도에서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은 일을 실질적으로 진행하려는 ‘절박함’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정치인 지자체장 입장에선 반대당이 장악한 의회,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의회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고, 싸움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사업은 이행하기 어려워진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절박함’이 있는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브리핑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 개혁과 저출생 문제 대응 등 이른바 ‘4+1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아한 건 개혁 작업에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데, 정작 다수당인 야당 대표와의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대목이다. 심지어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공격했고, 결국 직선제 선출 대통령으론 최초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노동 개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은 ‘극우 발언’으로 노동계를 자극해온 김문수 장관을 고용노동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국회를 무시하고, 협상 파트너인 이해당사자와 갈등·대립하면서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남경필 전 지사는 언론인터뷰에서 “지금 같은 구조에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하나도 못하지만, 연정을 하면 60~70%는 한다”고 했다. 우리 못지않게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미국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공화당 출신 인사를 내각에 기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을 위해서, 개혁을 위해서 정치적 반대자와도 기꺼이 손잡는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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